아시아나 떨게 하는 정리해고... 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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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2-01 08:00
수정 : 2020-12-0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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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기로 했다”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했다.

다만 양사를 하나의 회사로 합병할지 아니면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둘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란 다른 회사가 자회사의 발행 주식 총수의 2분의1을 넘는 주식을 소유해 다른 회사에 의해 자본적으로 종속되어 지배를 받는 회사를 말한다. 이 경우 ‘다른 회사’를 모회사라고 부른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만약 양대 국적 항공사의 통합 절차가 완료되면 항공산업에서 운송량 기준 세계 7위 규모의 위상과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국적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과 합병되면 아시아나 직원의 50퍼센트는 잘릴 것”이라는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등 아시아나 직원들 사이에서 불안한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대한항공이 같은 업계에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상당 부분에서 업무가 중복되기 때문에 정리해고가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동종업계에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미주, 유럽 등 중복 노선은 48개에 이른다. 이는 대한항공이 운항하는 전체 115개 노선의 약 42%에 해당하는 수치다.

항공업계 전문가들 역시 “각국 정부와 이해관계가 얽힌 노선을 항공사가 편의에 따라 일방적으로 없애기는 어려워 단기적으로 노선 통폐합이나 축소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복 노선을 단일 노선으로 운영하고 수익성이 낮은 노선은 축소나 폐지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노선 통폐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항공 여객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항공 여객 수요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항공사가 선뜻 신규 노선 확보에 나설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지난 7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글로벌 항공 여객 수가 2024년은 돼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여파로 현재 아시아나 승무원들은 유급 또는 무급 휴직을 하면서 아시아나항공 측으로부터 월 4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의 기본급만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산과 현재의 인력 구조상 아시아나항공의 기존 노선이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아시아나항공 직원들 중 일부는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정리해고를 피할 수 없게 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정리해고란 경영이 악화된 기업(사용자)이 경쟁력 강화와 생존과 같은 경영상 이유로 구조조정을 할 때 종업원(근로자)의 귀책 사유와 상관없이 해고할 수 있는 제도를 뜻하는 것으로 기업이 근로자에 대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이다. 정식 용어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다.

정리해고는 기업에 속한 종업원 중 일부를 해고하는 것이다. 사업장이 존속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리해고 대상자를 어떻게 선정하는지에 따라 종업원의 운명이 좌우된다.

그렇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제24조에서 기업이 정리해고를 하는 경우 따라야 할 여러 법적 요건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반한다면 위법한 해고가 될 수 있도록 해 정리해고 대상자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 정리해고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

현행법에 따르면 정리해고를 할 만큼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은 기업이 경영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의 양도와 인수, 신기술 도입으로 인한 사유로 잉여 종업원 축소, 경영합리화에 따른 직제개편 등과 같은 이유로 정리해고를 단행할 경우 등에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반면 기업이 파업으로 정상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업장을 폐쇄한 경우나, 정리해고를 하면서 근로자 모집 광고를 한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기업은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에게 종업원의 해고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의 금지, 임금인상 동결, 일시휴직 및 희망퇴직의 활용,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전근 등이 있다.

그리고 기업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객관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 등을 정한 다음 정리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종업원의 과반수 이상이 가입되어 있는 노동조합이나 그러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종업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종업원에게 통보해 그들과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이 가운데 정리해고 대상자의 선정 기준을 두고 대법원은 “근로자의 생활보호 이익과 기업의 이익을 적절히 조화하되 만약 두 이익이 서로 충돌한다면 근로자의 생활보호 이익을 더 우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위 요건들 모두를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업들이 정리해고를 단행할 때마다 각 요건들을 구성하는 개별적인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리해고의 적법성을 판단하게 된다.

정리해고를 당한 근로자들은 어떻게 불복할 수 있을까?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개별 근로자들은 기업을 상대로 법원에 해고무효 확인 소송(민사소송)을 언제든지 제기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정리해고가 있는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도 있다. 다만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로 판정했다고 해서 곧바로 해고의 효력이 법적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양 당사자 모두 노동위원회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야 비로소 판정이 확정된다. 노동위원회는 법원이 아니라 행정 기관이라서다.

만약 양 당사자 중 한쪽이 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불복할 경우 결국 노동위원회의 결정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최종적으로 받아야만 한다.

법원이나 노동위원회가 근로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 근로자는 사업장에 복직이 되며, 정리해고일부터 복직일까지 근로를 하지 않더라도 그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임금을 똑같이 지급 받을 수 있다. 만약 근로자가 복직을 원하지 않을 경우라면 근로자는 복직 대신 금전으로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통합 이후)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최대한 빨리 (양사 노조를) 만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32차 한미재계회의에서 밝힌 바 있다.

또 이날 조회장은 “현재 양사 규모로 생각했을 때 노선, 인원 등 중복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확장성을 생각한다면 (중복 인원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노선도 확대하고 사업도 확대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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