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사면 하겠다”는 트럼프... 가능한지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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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조 바이든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바이든이 가짜 승자 행세를 하고 있는데 이번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승복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들도 “끝까지 가자”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어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 선언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재선에 실패한 결과 내년 1월 20일 퇴임 후 각종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여러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현재 뉴욕주 맨해튼 검찰은 “지난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여성 2명의 입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 측이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마이클 코언이 여성들에게 돈을 주는 과정에서 트럼프 그룹이 관여했는지 조사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금융 및 보험 사기, 탈세 등의 정황을 포착해 함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맨해튼 검찰은 트럼프 대통령 측에 지난해 납세자료 등의 제출을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측은 그동안 대통령으로서의 형사소추 면책특권을 들어 검찰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해 왔다. 형사소추 면책특권이란 대통령이 재직 중에는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을 권리를 뜻한다. 대통령으로 하여금 국가 원수로서의 직무를 원활히 수행하게 하기 위해서다. 소추란 검사가 법원에 특정 형사 사건에 관하여 공소를 제기하고 소송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 밖에 명예훼손 소송도 있다.

잡지 엘르의 칼럼니스트였던 E. 진 캐럴은 “지난 1990년 뉴욕의 한 백화점 탈의실에서 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는데 트럼프 대통령 측이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몰아세워 나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 해 트럼프 대통령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또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했던 한 TV쇼 출연자 서머 저보스도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강제로 키스했다”고 주장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측이 “저보스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하자 트럼프 대통령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 밖에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 메리 트럼프가 제기한 상속 사기 소송,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회가 기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에 관계된 수사 등이 퇴임 후 자연인으로 돌아갈 트럼프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때문에 지난 2017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보좌진에게 “앞으로 기소될 가능성이 있는 것에 대해 사면을 할 수 있느냐”며 이른바 ‘선제적 사면’이 가능한지 질문을 하거나 “내가 나를 사면해도 되지?”라며 자신을 이른바 ‘셀프 사면’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 미국의 대통령 사면권이란 어떤 것일까?

대통령 사면권이란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형벌 자체 혹은 그 일부를 없애주는 것을 말한다. 미국 연방 법무부에 따르면 대통령은 복권(pardon), 집행연기(reprieve), 감형(commutation) 및 벌금면제(remission) 등 4가지 방법으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복권(pardon)은 형 선고의 효과로부터 특정한 사람을 전체적 또는 부분적으로 해방해 주는 것을 말하는데 단순히 형벌면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소면제(Nolle prosequi)도 포함하는 의미다.

초기 미국 헌법 제정에 참여했던 알렉산더 헤밀턴이 “반란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시점에 사면을 하면 나라의 안정과 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 신중함과 훌륭한 인품을 가진 대통령 한 사람이 다수의 의회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대통령 사면권을 헌법에 포함 시킬 것을 주장한 바 있다.

헤밀턴의 주장에 의회가 동의한 결과 미국 연방헌법 제2조 제2항에 “대통령은 탄핵에 관련됐을 경우를 제외하고 미합중국에 대한 범죄에 대하여 형 집행을 연기하고 ‘사면’을 명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규정해 대통령의 사면권을 미국 연방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때문에 의회나 사법부가 대통령의 사면 결정을 뒤집을 수도 없다. 사실상 ‘절대적 권한’인 것이다.

미국 대법원 역시 “사면은 대통령의 전속적 권한으로 재량행위의 성격을 갖는다”며 “대통령은 모든 범죄에 대해 형 집행을 연기하고 사면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제한 없이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대통령의 사면권은 미국 연방법을 어긴 범죄에만 적용할 수 있다. 주(州)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죄는 대통령이 아니라 주지사나 주 정부가 설립한 특별위원회에서 사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탄핵과 관련된 사안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탄핵이란 법률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공무원을 의회가 해임하는 것을 말한다. 민사 사건을 대상으로도 사면권을 행사할 수 없다. 민사 사건은 일반 국민들이 자신들의 경제적·신분적 생활 관계에 관한 권리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벌어지는 일들과 관련이 있는 사건이라서다.

◆ 미국 대통령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선제적으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론상 가능은 하다. 미국 연방헌법이 대통령의 사면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데다가 특별히 이를 제한하는 규정도 없어서다. 때문에 미국 대통령은 이미 기소된 사건뿐만 아니라 법적 절차를 밟기 전에도 선제적으로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이 복권(pardon)을 행사해 공소권을 상실시키는 방식으로 사면이 이루어진다.

이에 대해 미국 대법원도 “대통령은 판결 전이나 판결이 내려지는 동안, 그리고 판결이 나온 후에도 ‘사면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미국 대통령은 자신에게 사면권을 행사하는 이른바 ‘셀프 사면권’ 행사가 가능할까?

이론상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 연방 헌법상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탄핵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미시간 주립대학 브라이언 칼트 로스쿨 교수는 “미국 연방 헌법상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제약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권한의 범위는 꽤 넓다”며 미국 대통령의 셀프 사면권을 인정한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 커밋 루스벨트 로스쿨 교수 역시 “법 조항 그대로 탄핵을 제외하면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할 근거가 없다”며 칼트 교수의 주장을 옹호했다.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해럴드 브러프 콜로라도 로스쿨 교수는 “미국의 헌법은 ‘대통령이 사면을 승인할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는데, 승인, 또는 허가한다는 뜻의 단어 'grant'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준다는 의미”라면서 사면권은 자신이 아닌 타인에 대한 자비 행위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셀프사면은 “누구도 자신의 사건의 재판관이 될 수 없다(Nemo debet esse judex in propia causa)”는 법리 대원칙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법리의 저촉을 피해가며 선제적인 셀프 사면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 1972년 6월에 발생한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한 사례를 따르는 방법이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닉슨 대통령은 자신의 탄핵이 확실해지자 하원의원 탄핵 표결 직전인 1973년 8월 8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이어 제럴드 포드 당시 부통령이 대통령 직무대행이 되어 닉슨 대통령을 사면한 사례가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란 지난 1972년 6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닉슨 대통령의 측근이 닉슨의 재선을 위하여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본부에 침입하여 도청 장치를 하려 했던 사건을 말한다.

같은 방법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잠시 사임하게 되면 대통령 직무대행이 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해 사면을 받는 것이다.

다만 펜스 부통령이 이에 응할지는 불투명하다. CNN 보도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2024년 대선에 출마할 의사가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상황에 적극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칼트 교수는 “그가 트럼프 대통령 사면에 동의해 어떤 이득을 얻을지 분명하지 않다”며 “펜스가 자신의 유산으로 이 사면을 남기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