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적게 받고도 대통령 될 수 있는 미국... 선거 때마다 잡음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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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10 08:00
수정 : 2020-11-1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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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지상 최대의 정치쇼’라고 불리는 2020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지난 7일(현지시간) 승리했다.

바이든은 이날 핵심 경합주에서 도날드 트럼프를 앞서면서 대선 개표 5일 만에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270명)을 확보해 대권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7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 주 윌밍턴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은 우리에게 분명한 승리를 안겨줬고, 선거는 끝났다”며 제46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됐음을 선언했다.

이번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는 코로나19 때문에 사전투표와 우편투표 방식이 지난 대선보다 더 많이 사용되었다. 개표상황도 현장투표가 먼저 진행되고, 나중에 우편투표가 진행되는 주들이 많았다.

우편투표 방식은 미국 지역선거관리위원회가 우편으로 해외 거주 등의 이유로 투표소에 갈 수 없는 유권자가 살고 있는 곳으로 투표지를 보내면, 그 유권자가 투표지에 투표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우편 투표는 반드시 우편으로 보내지 않아도 된다. 유권자는 투표지를 우편 외에도 직접 선관위에 전달하거나, 특정 장소에 마련된 수거함에 넣을 수 있어서다.

때문에 등록된 유권자 서명과 투표 봉투의 서명이 일치하지 않거나, 투표한 봉투가 선관위 봉투가 아니거나 마감일을 넘기는 경우 등과 같은 문제점이 자주 발생한다.

현장투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세했고, 우편투표에서는 바이든 당선인이 우세해 개표 초반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두 자릿수 이상 앞섰지만, 후반 우편투표가 개표되자 바이든 당선인이 역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가 조작되고 있다. 합법적 투표만 계산하면 내가 쉽게 이긴다”며 “이번 선거는 전혀 끝나지 않았다”고 지난 5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적법한 승자가 취임할 수 있도록 법원에서 소송을 추진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해 당분간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896년 대선 이래 패자가 승복 메시지를 내오던 전통을 처음 깨고 불복 의사를 밝힌 것이다.

비단 이번 대선만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 때마다 혼란이 발생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체 득표에서는 민주당 힐러리 후보에게 300만표가량 뒤지고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한다. 대통령 선거제도가 대한민국과 다르게 복잡하고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미국 대통령 선거는 어떤 방식으로 치러질까?

미국 대통령 선거는 지난 1792년 제정된 연방 법률에 근거해 4년 주기로 실시된다. 11월 첫 번째 일요일 다음의 화요일로 정해져 있다.

또 미국은 주(州) 별로 선거인단을 뽑은 후 그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간접선거제도와 이른바 ‘승자독식제도’를 기반으로 선거가 진행된다.

◆ 선거인단 제도

미국 유권자는 대한민국처럼 국민이 직접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을 선출할 선거인단에 투표한다.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선거를 통해 선거인단을 뽑은 후, 선출된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미국 대선에서는 단순히 유권자들로부터 표를 가장 많이 얻었다고 해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해야 승리할 수 있다.

미국이 대통령을 직접선거가 아닌 선거인단 제도를 만들어 간접선거로 선출하게 된 이유는 지난 1792년 연방 법률을 제정할 당시 인구가 작은 주들이 직접선거를 반대했고, 인구 차이를 떠나 각 주의 권리를 공평하게 나누기 위한 목적이었다.

선거인단은 연방 하원의원 수 435명, 상원의원 수 100명, 그리고 워싱턴 DC에 배정된 3명을 합친 수로 총 538명으로 구성된다.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선거인단 수의 과반이 넘는 270명을 확보해야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다,

하원의원 수는 주 별로 인구비례에 따라 배정된다. 10년 주기로 실시하는 인구조사 결과에 따라 각 주의 선거인단 숫자가 바뀌게 된다. 선거인단을 가장 많이 보유한 주는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 주(55명)이며, 인구가 적은 알래스카나 몬태나 주 같은 지역은 선거인단이 3명이다.

반면 상원의원 수는 인구비례와 상관없이 주 마다 2명씩 배정된다.

선거인단은 연방 공무원이나 군인 혹은 선출직 공직자가 아니면 누구나 가능하다. 대체로 선거인단 명부에 들어가는 사람은 정당의 활동가로서 정당에 대한 기여가 많고 충성심이 높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주 정당위원회에서 뽑는다.

◆ 승자독식 제도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 이른바 ‘승자독식 제도’가 있다. 각 주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 전부를 가져가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어떤 주의 선거인단 수가 10명이라면 전체 득표에서 한 표라도 더 받은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10표 모두를 독점하는 것이다.

그 결과 해당 주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후보는 상대 후보의 득표율과 자신을 뽑지 않은 주민 투표수와 관계없이 그 주에 배당된 선거인단 모두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선거인단의 과반인 총 270명을 확보하려면 선거인단이 많이 있는 큰 주에서부터 인구가 적고 선거인 숫자가 작은 주에 이르기까지 소홀함 없이 모든 주를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해야만 한다.

선거인단 숫자가 가장 많은 상위 6개 주는 캘리포니아 주(55명), 텍사스 주(38명), 뉴욕 주(29명), 플로리다 주(29명), 일리노이 주(20명), 펜실베이니아 주(20명)다. 반면, 알래스카 주, 델라웨어 주, 몬태나 주, 노스다코타 주, 사우스다코타 주, 버몬트 주, 와이오밍 주 등은 각 주마다 선거인단이 3명에 불과하다.

다만 네브래스카 주와 메인 주는 승자독식 방식을 채택하지 않고 득표율에 따라 선거인단을 나누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 선거제도는 어떠한 문제점이 있을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최다 득표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정작 선거에서는 패배할 수도 있다는 점이 미국 선거제도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A 후보가 캘리포니아 주처럼 선거인단이 많은 주에서 상대 후보와 근소한 차이로 이겼다고 하더라도 승자독식방식 제도 때문에 A 후보는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A 후보는 펜실베이니아 주처럼 선거인단이 적은 주에서 큰 표 차이로 상대 후보에게 패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 후보는 선거인단이 많은 주에서 승리한 결과 전체 선거인단 수에서는 여전히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상대 후보는 과반수 득표에 성공하고도 대선에서 패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48.5%로 46.4%를 얻은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일반투표에서 앞섰지만, 확보한 선거인단 수에서 뒤져 백악관의 주인이 되지 못한 바 있다.

2000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조지 W 부시 후보보다 54만표를 더 받아 앞섰지만 5명의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한 조지 W 부시 후보에게 대권을 넘겨주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왜 이런 대통령 선거를 유지하고 있을까?

무엇보다 선거인단 제도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바꾸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헌법 개정은 매우 어렵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공화당과 민주당이라는 양당 주도 정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선거인단 제도는 양당 체제를 공고히 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때문에 공화당과 민주당이 선거인단 제도를 바꾸려고 노력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대다수 유권자들은 현행 선거인단 제도하에서는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전국적인 선거 운동을 통해 모든 지역 유권자들을 고루 챙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있다. 대선 후보가 특정 지역에만 신경을 쓰는 경우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선거인단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거인단 제도가 선거운동 방식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그 결과 미국 유권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게 된다는 취지다.

한편 예정대로라면 바이든 당선자는 내년 1월 20일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이자 만 78세로 취임하게 되는 역대 대통령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함께 열어나갈 양국관계의 미래 발전에 기대가 매우 크다. 같이 나가자”며 8일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공식 외교수단이 아닌 트위터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건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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