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공부방법론도 저작권 보호대상?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합53742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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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시험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청소년, 청년들은 생애주기에 맞추어 내신, 수능, 고시, 공무원, 취업, 토익 등 다양한 시험에 도전하며 수험생으로서의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수험적합적인 다양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수험의 실체적 측면이 개별 시험과목에 대한 공부라면, 수험의 절차적 측면은 공부에 임하는 필살기, 즉 공부방법론 또는 수험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수험공부는 학문연구와 질적으로 다르므로, 수험적합적인 공부방법론이 필수적이다.

공부방법론의 금과옥조는 “기출문제의 객관적 분석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시간그래프상 최적(최고효율)의 함수값을 찾아내는 것”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이에 대한 설명은 비슷하면서도 백가쟁명이다.

오늘 살펴볼 판례는 이러한 공부방법론을 정리한 실용적 저작물이 저작권에 의하여 보호되는지, 그럼에도 저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발현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떠한 판단이 필요한지에 관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2020. 8. 3.자 2019가합537427 판결이다.


2. 사건의 개요

원고는 입시학원 강사이고, ‘대박타점 공부법’이라는 제호의 서적을 저술하여 2012. 4. 16. 초판을 발행하였다. 위 서적에는 ‘벼락치기 필살기’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한편, 피고는 대학생이면서 네이버 카페, 네이버 블로그 등에 입시 관련 글을 게시하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입시 관련 영상을 제작하여 소개하고 있다. 피고 역시 ‘벼락치기 공부법’에 관한 영상과 게시글을 작성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허락 없이 원고 서적의 ‘벼락치기 필살기’의 내용 중 ‘① 필살기 1. 한만큼 오른다, ② 필살기 2. 먼저 전체적으로 훑어보기, ③ 필살기 3. 문제 읽고 바로 답 읽기’의 내용을 도용하여 게시하였다고 이는 원고 서적에 관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이와 관련된 피고의 유튜브 동영상 및 네이버 카페, 블로그의 게시글을 삭제(=침해행위의 정지)하고 3천만원을 지급(=손해배상)하라는 것이다.


3. 실용적 저작물에 관한 법리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서 말하는 창작물이란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을 말하고 그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므로,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라 저작자가 사상이나 감정 등을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방법에 따라 정리하여 기술하였다면 창작성이 인정될 수 있다(대법원 2011. 2. 10. 선고 2009도29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국가고시나 전문자격시험의 수험서와 같은 실용적 저작물의 경우, 그 내용 자체는 기존의 서적, 논문 등과 공통되거나 공지의 사실을 기초로 한 것이어서 독창적이지는 않더라도, 저작자가 이용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당분야 학계에서 논의되는 이론, 학설과 그와 관련된 문제들을 잘 정리하여 저작자 나름대로의 표현방법에 따라 이론, 학설, 관련 용어, 문제에 대한 접근방법 및 풀이방법 등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서적을 저술하였다면, 이는 저작자의 창조적 개성이 발현되어 있는 것이므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창작물에 해당한다.

다만 복제 여부가 다투어지는 부분이 기존의 다른 저작물의 표현과 동일·유사한 경우는 물론 기존 이론이나 개념을 그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에 의하여 설명하거나 정리한 경우 또는 논리구성상 달리 표현하기 어렵거나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 등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발현될 여지가 없는 경우에는 저작물의 창작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복제권 등의 침해도 인정될 수 없다.

한편 원 저작물이 전체적으로 볼 때는 저작권법 소정의 창작물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그 내용 중 창작성이 없는 표현 부분에 대해서는 원 저작물에 관한 복제권 등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어문저작물에 관한 저작권침해소송에서 원 저작물 전체가아니라 그 중 일부가 상대방 저작물에 복제되었다고 다투어지는 경우에는, 먼저 원 저작물 중 복제 여부가 다투어지는 부분이 창작성 있는 표현에 해당하는지 여부, 상대방저작물의 해당 부분이 원 저작물의 해당 부분에 의거하여 작성된 것인지 여부 및 그와 실질적으로 유사한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살펴야 하고, 나아가 복제된 창작성 있는 표현 부분이 원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양적ㆍ질적 비중 등도 고려하여 복제권 등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0다70520, 70537 판결 등).
참조).


4. 판단(2019가합537427)

(1) 원고 서적의 저작물성 여부

원고 서적의 ‘벼락치기 필살기’ 부분은 내신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짧은 시간에 보다 효율적인 공부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수험방법론을 제시한 것으로 이른바 ‘실용적 저작물’에 해당한다.

그러나, 원고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공부방법론인 “필살기 1. 한만큼 오른다, 필살기 2. 먼저 전체적으로 훑어보기, 필살기 3. 문제 읽고 바로 답 읽기”에서 제시하고 있는 구체적인 공부방법론 자체는 기존에 알려져 있는 것들에 해당하거나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들로서, 원고만의 독창적인 창작물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체계, 서술방식, 개별적 표현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원고는 벼락치기 공부방법론 필살기를 7가지로 분류하여 각각의 방법론에 대한 체계를 세우고, 나름대로의 표현방법에 따라 이를 설명하였다고 보이므로, 원고 서적은 전체적으로 저작자인 원고의 창조적 개성이 발현된 것으로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창작물에 해당한다.

(2) 저작권 침해여부

원고가 벼락치기 공부법으로 제시한 7가지 방법들 중 위 3가지 방법들 즉, ‘한만큼 오른다’, ‘먼저 전체적으로 훑어보기’, ‘문제 읽고 바로 답 읽기’에 관한 내용은, 기존에 공부방법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나 표현형식을 이용하여 설명한 것이므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는 표현이거나 공부방법에 관한 개념, 아이디어 그 자체에 해당한다. 피고가 원고의 위 3가지 공부방법론을 차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해서는 원고 저작권의 효력이 미친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공부방법론에 관한 구체적인 표현 형식을 비교해보면 원고의 “필살기1. 한만큼 오른다” 부분에서 “20시간”과 “5시간”이 구체적인 예시로 등장하는데, 피고의 게시글에서도 동일한 예시가 등장하고 있고, 원고의 “필살기2. 먼저 전체적으로 훑어보기” 부분에서 “앞부분 꼼꼼+뒷부분 날림”, “전체적으로 그럭저럭”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피고 게시글에서도 “앞부분 꼼꼼 + 뒷부분 놓침”, “전체적으로 적당히”라는 표현이 있다.

그러나 예시로 든 시간이 “20시간”, “5시간”으로 동일하여도 이를 이용한 구체적인 표현방법은 동일하지 않다. 위와 같은 시간은 시험 준비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시간에 비하여 실제로 주어진 시간이 많이 부족한 상황을 나타내는 정도의 의미를 갖는 것일 뿐 “20시간”, “5시간”이라는 특정의 숫자 자체가 질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고, 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크지 않다. “앞부분 꼼꼼+뒷부분 날림” 표현도 피고의 “앞부분 꼼꼼 + 뒷부분 놓침”과 표현이 동일하지는 않으며, 그 의미도 글 전체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표현은 뒷부분을 날림으로 대충 마무리한다는 의미이고, 피고의 표현은 뒷부분을 놓친다는 의미이므로 차이가 있다. “앞부분 꼼꼼 +” 표현 부분이 동일하나 단어와 단어를 덧셈 부호로 연결하는 방식은 노트필기나 간단한 메모 등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현방식이고, 그 표현이 전체적인 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한 정도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일부 유사한 표현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피고의 영상 및 게시글이 원고 서적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5. 결론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가합537427 판결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원고 서적이 전체적으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 개별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원고 저작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며, 원고 서적과 피고 게시글의 서술방식, 체계의 차이, 양자 사이의 실질적인 표현의 유사 정도, 위 표현들이 원고 서적과 피고의 게시글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에 비추어 보면, 저작권의 침해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저작권의 경우, 특허권에서 그 보호범위를 특정할 수 있는 ‘청구항(Claims)’ 같은 개념이 없으므로, 저작물로 인정된다고 하여 저작물에 포함된 모든 표현이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이 사건은 전부패소한 원고의 항소로 서울고등법원에 계속 중이므로 확정된 판결은 아니지만, 공부방법론에 관한 실용적 저작물에 관련하여 구체적인 기준과 논증을 제시한 판결로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사진=유인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