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정치화 우려스럽다”

대법원, 법원조직법 개정안 반대

비법관 중심 위원회가 법관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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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법관 인사 등 사법행정 총괄기구인 사법행정위원회 신설을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반대하고 나섰다.

대법원은 최근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 의견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앞으로 보냈다. 여기서 법원행정처 폐지를 제외한 개정안 주요 내용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42) 의원은 지난 7월 사법행정과 재판 영역을 엄격히 분리해 법원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사법행정위가 사법행정을 담당하고, 법관들은 재판업무에 전념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태’의 주범으로 거론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대신 새로운 개방형 회의체 사법행정 기구인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자는 것이다.

대법원도 법원행정처 폐지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을 분산하고 사법행정을 담당할 회의체 설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법행정위의 권한, 구성 등 개정안의 주요내용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법행정위는 위원장인 대법원장을 포함해 법관 4명, 변호사 4명(상임위원 2명), 재판제도·행정 전문가 4명(상임위원 2명) 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된다.

개정안은 제안이유에서 “제왕적 대법원장·법관의 관료화 문제 해결을 위해 법관 중심의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비법관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법행정위가 재적위원 절반 이상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는 점에서 비법관이 법관 인사 등 사법행정 등에 대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법관이 사법권을 행사하도록 한 헌법 제101조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사법권에는 사법행정권이 당연히 포함된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법관의 정치화 우려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개정안은 사법행정위원은 국회에 설치되는 추천위가 추천하도록 했다.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추천 인사 1명,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 인사 3명, △대한변호사협회장 추천 인사 1명, △여당 추천 인사 2명, △야당 추천 인사 2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리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법관이 정치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대법원은 “국회가 위원 다수를 선출하는 기관인 사법행정위가 판사의 전보 보직 및 근무 평정까지 결정하면 사법부 독립의 가장 핵심적 내용이 위협 받는다”며 “특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영장전담 판사 인사를 정치적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개정안에 따르면 사법행정위는 대법원장이 갖는 사법행정에 대한 의사 결정 및 집행 권한을 보유한다. 이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법률기구인 사법행정위가 헌법기관인 대법원장의 권한을 그대로 넘겨받는 것은 위헌적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사법행정위의 권한 독점으로 사법행정권 남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OECD 회원국 꼴찌 수준이다. OECD 전체 사법부 신뢰 평균치가 54%인 상황에서 국민의 27%만이 사법부를 신뢰한다고 답한 바 있다. 법원개혁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법원개혁 법안들은 검찰개혁 법안에 밀리면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제20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제21대 국회에서는 법원개혁이 어떻게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