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부당 가압류 취소하는 법

대구가정법원 상주지원 2020즈단301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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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가.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용어인 가압류, 가처분을 ‘보전처분’이라고 한다. 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기 전에 채무자의 재산이나 다툼이 되는 권리 등을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임시조치이다.

가령, 판결 전에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는 경우, 판결에서 승소하더라도 채무자 재산에 강제 집행을 하지 못해 판결이 무용지물이 되는 곤란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혼 사건에서 일방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타방 당사자의 부동산 등을 가압류, 가처분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만약, 채무자가 유일한 부동산을 타에 처분하는 경우, 채권자는 ‘사해행위취소’라는 어려운 소송을 다시 거쳐 재산을 회복해야 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만큼 소송 실무에서 보전처분은, 본안 재판에서 승소하는 문제(변호사의 주요적 업무)와 견줄 만큼 중요한 요소이다.

나. ‘가압류’는 금전채권이나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채권에 대해 집행을 보전하기 위함이고, 부동산 가압류, 자동차 가압류, 채권 가압류(임금채권, 보증금채권 등), 유체동산 가압류(소위 ‘빨간딱지’) 등이 있다.

‘가처분’은 금전채권 이외의 채권에 대해 집행을 보전하기 위함이고,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 부동산점유이전금지 가처분, 공사중지 가처분,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접근금지 가처분 등이 있다.

이러한 보전처분은 신속성, 밀행성(은밀)이 생명이기에, 채권자의 신청에 의해 법원이 단기일 내에 신속히 결정을 내린다. 다만 채무자 재산에 대한 일방적, 강제적 조치이므로 추후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채무자에게 손해 발생 시 그 회복을 위한 담보를 제공하도록 명한다. 그리고 보전처분 후 3년 이내에 본안의 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보전처분은 취소될 수 있다.

다. 이처럼, 일응 보전처분의 목적은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집행)를 보전하고 손해를 예방하기 위함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채권자가 자신이 가진 권리 내용을 초과하여 보전처분을 진행하여 도리어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과도한 손해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단순 착오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에 채무자와 협상을 손쉽게 하기 위한 수단 또는 채무자를 괴롭히려는 수단으로 보전처분이 사용되기도 한다.

부당한 보전처분으로 인해 채무자에게 당장의 상당한 금전적 손해가 발생 또는 예상되는 경우,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조치를 취하여야 할까. 아래, 필자가 진행한 사례를 살펴보자.

2. 사실 관계

가. 채권자와 채무자는 법률상 혼인 관계에 있는데, 채권자는 채무자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동시에,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에 기해 채무자의 ‘공장건물 및 공장부지’에 대하여 1/2 지분을 이전받을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공장건물 및 공장부지’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채권자는 재산분할에 대한 별다른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는데, 법원은 위 신청을 받아들여 가처분 결정을 하였다.

다. 본안소송에서 채권자가 제시한 재산분할표에 따르면, 그 중 채권자의 소극재산(채무)으로 주장했던 부분 중 약 7억원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한 채무명의자가 사실은 채무자로 되어 있었다. 즉, 위 7억원 채무의 소유는 채권자가 아닌 채무자였음에도, 채권자는 위 7억원 채무를 자신의 소유로 주장하였다(이는 그 금액만큼 재산분할에 있어 채권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라. 한편 채무자의 ‘공장건물 및 공장부지’ 중 일부에 대하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도시계획도로 개설사업에 편입되어 있었고, 이 사건 가처분 결정으로 인하여 채무자는 상당한 금액의 보상금을 계속 수령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 채무자는 필자를 찾아와, 위와 같은 내용을 설명하며 공장건물 및 공장부지에 대한 가처분의 부당함을 호소하였다. 이에 필자는 가처분이의신청을 제기하였고, 그 심문 절차에서 “7억원이나 되는 소극재산이 부당하게 채권자의 재산으로 산정되었고, 제대로 산정을 하면 채권자에게는 재산분할청구권 자체가 인정될 여지가 없다(도리어 채무자가 반소로 재산분할을 청구해야 할 상황이다), 따라서 채권자의 가처분 신청은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없으므로 기각하여 달라”고 주장하였다.

바.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결정하였다.

3. 판결 요지

본안소송에서 채권자는 재산분할로 당초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 중 1/2 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였다가 재산분할금으로 2억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구하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한 사실, 채권자가 주장하는 분할대상재산의 합계액은 2,512,198,858원(=채권자의 순재산 1,034,394,001원, 채무자의 순재산1,477,804,857원)이나, 그중 채권자가 채권자의 소극재산으로 반영한 대출금 채무 710,000,000원(350,000,000원 + 360,000,000원)은 그 채무명의자가 채무자로 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그런데 위 대출금 채무에 관하여 채권자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를 제공하였다거나 대출원리금 일부를 변제하였다는 등 채권자가 주장한 사정만으로는 위 채무를 채권자의 소극재산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위 대출금 채무를 명의자인 채무자의 소극재산으로 반영하면 채권자의 순재산은 1,744,394,001원, 채무자의 순재산은 767,804,857원이 되고, 재산분할비율에 관하여 채권자의 몫이 70% 이상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채권자가 재산분할로서 채무자로부터 이전받을 재산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바, 채권자와 채무자의 혼인기간 및 부부공동재산의 형성 경위, 유사사건에서 인정되는 재산분할의 비율, 재산분할의 부양적 요소 등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면, 일부 분할대상재산을 둘러싼 다툼의 여지를 감안하더라도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보전권리인 재산분할청구권의 존재가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주문 제1항 기재 가처분결정을 취소하고, 채권자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4. 판결의 의의

위 판결에는 재산분할에 대한 내용과 법리가 들어있는데 본 기고문의 논점과는 달라 그 부분에 대판 설명은 생략한다.

어쨌든, 채권자가 재산분할청구권의 존재에 대해 증명(소명)하지 못했으므로, 이 사건 가처분 결정은 부당하여 취소되어야 한다는 것이 주된 판결 요지이다.

기본으로 돌아와서, 가압류나 가처분이 인정되기 위한 근거 – 즉 채권자의 채무자에 대한 권리(위 사건에서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존재 - 가 소명되어야만, 가압류나 가처분이 인용됨은 당연하다.

그런데 재산분할에 대한 다툼이 심한 경우, 재산분할의 대상, 가액, 기여도 등 복잡한 내용에 대한 판단을 바로 내리기 어려우므로, 통상 재산분할에 대한 본안 사건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존 가처분 결정은 유지(보류)되는 경우가 많다(이는 비단 이혼사건 뿐 아니라 여타 민사사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본다). 이혼 사건에서 소송을 제기한 쪽에 재산분할청구권이 전혀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는 점도 한몫을 한다. 그러한 점에서 재산분할에 따른 가압류, 가처분이 인용된 후 다시 취소되기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위 판결은, 기존의 가처분 결정이 명백히 부당하거나 잘못된 경우에는 신속히 가처분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당연한 원리를 확인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5. 나가며

부당한 보전처분에 대하여 채무자가 이의하는 방법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의신청, 하나는 취소신청이다. ‘이의’는 특별히 법에 정해진 사유가 필요 없지만, ‘취소’는 법에 정해진 사유에만 한정된다. 또 보전처분이 집행 해제되기 전에는 채무자는 언제나 이의나 취소 신청을 제기할 수 있고, 한번 기각(또는 각하)되었더라도 다른 사유에 의해 다시 신청할 수 있다.

보전처분이 악용되어 채무자의 재산에 과도한 손해를 유발하는 경우에는 본안 소송의 결과를 막연히 기다릴 수 없다. 소송이 확정되기까지 몇 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송이 장기화될수록 채무자의 재산적 손해는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에는 위 사례와 같이, 부당한 보전처분에 대해 이의나 취소신청을 제기하여야 하고, 재판부에 ‘당해 보전처분이 왜 부당한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
 

[사진=남광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