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BTS의 짝퉁 화보집이 금지되는 이유는?

BTS 포토카드 제작 판매는 부정경쟁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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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엔터테인먼트계약과 관련하여 일련의 글(“흥미로운 전속계약, 출연계약의 세계”, “흥미로운 전속계약, 광고모델계약의 세계” 참조)을 쓰는 동안 공교롭게도 강다니엘씨의 가처분 사건이 진행되었고,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1부는 전속계약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위 인용결정을 소개하는 대중매체는 강다니엘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의 담당변호사 인터뷰 내용을 기초로 매우 부정확한 보도를 하고 있다. 마치 본안판결이 내려진마냥 “전속계약 분쟁에서 승소”했으므로 “자유롭게 연예활동”을 할 수 있다고 소개하는 것이다.

가처분 인용결정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본안판결 선고시까지 임시지위를 정하는 것일 뿐이다. 더욱이 가처분에서 요구하는 입증의 정도(‘소명’)는 본안판결에서 요구하는 입증의 정도(‘증명’)와 사뭇 다르다. 가처분이 인용되었다고 본안판결이 승소되는 것도 아니다. 긴급성을 요하는 가처분의 특징상 이의신청으로 그 결과 뒤집어 지는 경우도 상당하다.

오늘 소개할 판례는 본격적으로 “성과물 도용방식의 부정경쟁행위”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 방탄소년단(BTS) 사건(대법원 2019마6525 결정)이다.


2. 사건의 개요

주식회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는 2005년에 설립된 이래 연예인 매니지먼트 음반 제작 공연 기획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회사이고, 주식회사 엠지엠미디어(이하 MGM)는 연예인들의 사진 기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스타포커스 등의 잡지를 제작 판매하는 회사이다.

빅히트는 방탄소년단(BTS)이라는 이름의 그룹을 결성하기로 하고 구성원을 선발하여 전속계약을 체결한 후 훈련을 통해 구성원들의 능력을 향상시켰다. 빅히트는 전속계약에 따라 방탄소년단(BTS)의 음악, 공연, 방송, 출연 등을 기획하고, 음원, 영상 등의 콘텐츠를 제작 유통시키는 등 방탄소년단(BTS)의 활동에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하였다. 그로 인해 방탄소년단(BTS)과 관련하여 관련하여 쌓인 명성·신용·고객흡인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방탄소년단(BTS)는 2018. 5.경까지 합계 약 730만 장의 앨범을 판매하였고, 그 수록곡이 국내외의 주요 음반 순위에서 위를 기록하기도 하였으며, 그 뮤직비디오는 유튜브(youtube.com)에서 1억회 이상 재생되는 등 국내외에서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져왔다. 빅히트는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공식 화보집, 디브이디를 상업적으로 제작·판매하고 있고, 방탄소년단(BTS)의 인기를 바탕으로 다수의 기업들과 방탄소년단(BTS)이 출연하는 광고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빅히트는 MGM미디어가 ‘BTS Limited Magazine'이라는 명칭의 화보집과 ’BTS History 심층취재판 이라는 부록을 제작하여 발매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하였고, 2018. 11. 24. MGM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도서출판금지 등 가처분신청을 하였다.

2018. 11. 30. “MGM은 빅히트의 동의 없이 방탄소년단 각 멤버의 초상 및 성명을 이용하여 화보집/DVD/블루레이/스틸사진/브로마이드/포스터/사인지 등을 인쇄, 제본, 제작, 복제, 배포, 판매, 수출해서는 아니되며, 이 명령을 위반할 경우 빅히트에게 1일당 2천만 원씩 지급하라”는 가처분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MGM의 이의로 가처분이의 사건이 계속 중 MGM은 2019. 1. 17.경부터 ’스타포커스 특별판(스타포커스 스페셜 매거진)‘을 발매하면서 방탄소년단(BTS) 구성원들의 사진이 포함된 포토카드를 포함시켰다 이하 위 부록과 포토카드를 포함시켰다.

MGM이 2019. 1. 발행한 스타포커스 잡지의 판매가는 15,000원으로 평상시 판매가격과 비슷한데, BTS의 특별부록이 포함된 ‘스타포커스 특별판’의 판매가는 43,000원이다.

한편, 위 가처분결정의 항고심(서울고등법원 2019라20535 결정)에서 가처분결정이 일부변경(일부기각)되어, “장래 방탄소년단(BTS) 구성원들의 초상, 예명, 본명, 영문명을 포함한 문구, 방탄소년단(BTS)의 각 명칭 및 표지를 사용한 상품 일체에 대하여 인쇄 등을 금지하는 가처분신청 부분은 기각되었다.

이에 MGM은 인용된 가처분 부분에 대하여, 빅히트는 일부 기각된 부분에 대하여 대법원에 재항고를 하였다.


3. 대법원의 태도(2019마6525)

연예인의 이름과 사진 등을 상품이나 광고 등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예인이나 그 소속사의 허락을 받거나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인 점을 감안해 보면 통상적인 정보제공의 범위를 넘어 특정 연예인에 대한 특집 기사나 사진을 대량으로 수록한 별도의 책자나 DVD등을 제작하면서 연예인이나 소속사의 허락을 받지 않거나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상거래 관행이나 공정한 거래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MGM이 발매한 이 사건 특별부록은 빅히트가 발행하는 방탄소년단(BTS의 화보집)과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편이고 수요자도 일부 중복되며 위 화보집의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충분하므로 빅히트와의 관계에서 경쟁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MGM이 이 사건 특별부록을 제작·판매하는 행위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채권자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이 사건 가처분결정을 일부 인가한 원심의 조치는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고, 원심판단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의 규정을 위반하여 그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한편, 원심은 이 사건 특별부록 외에 채무자가 향후 제작 판매할 일체의 상품이 위와 같은 통상적인 정보제공 범위를 넘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이 사건 특별부록에 대한 가처분을 인가한 이상 그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원심 판시 별지 1 목록기재 화보집 부분은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부정경쟁방지법의 관계규정을 위반하여 언론·출판의 자유와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은 없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MGM이 이 사건 특별부록을 제작·판매하는 행위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채권자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 사건 가처분결정을 일부 인가한 원심(서울고등법원 2019라20535)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4. 부정경쟁행위와 부정경쟁방지법

대법원은 과거 ‘경쟁자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한 성과물을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여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이용함으로써 경쟁자의 노력과 투자에 편승하여 부당하게 이익을 얻고 경쟁자의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8. 25.자 2008마1541 결정).’고 판단하였다.

그 후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은 위 대법원 결정의 취지를 반영하여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하나로 추가하였다. 그리고 위와 같은 (차)목은 2018. 4. 1. 법률 제15580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카)목으로 변경되었다.

위 (카)목은 과거 부정경쟁방지법의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새로이 등장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성과를 보호하고, 입법자가 부정경쟁행위의 모든 행위를 규정하지 못한 점을 보완하여 법원이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좀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변화하는 거래관념을 적시에 반영하여 부정경쟁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보충적 일반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법률 규정과 입법 경위 등을 종합해보면, (카)목은 그 보호대상인 ‘성과’의 유형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유형물뿐만 아니라 무형물도 이에 포함되고, 종래 지식재산권법에 의해 보호받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도 포함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성과 등을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결과물에 화체된 고객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성과 등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여부는 권리자가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그 성과 등이 속한 산업분야의 관행이나 실태에 비추어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하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침해된 경제적 이익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카)목이 규정하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권리자와 침해자가 경쟁 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지, 권리자가 주장하는 성과 등이 포함된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의 내용과 그 내용이 공정한지 여부, 위와 같은 성과 등이 침해자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의해 시장에서 대체될 가능성, 수요자나 거래자들에게 성과 등이 어느 정도 알려졌는지, 수요자나 거래자들의 혼동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5. 결론 - 초상권과 성명권, 그리고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

이 사건 가처분 결정과 대법원의 판단을 종합해보면, 방탄소년단(BTS)의 초상권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부정경쟁행위라고 판단한 반면, 성명권에 대해서는 가처분의 인용범위를 제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초상권은 인격권의 일종으로서 방탄소년단 멤버 ‘개인’에게 전속되므로, 엄밀히 말하면 방탄소년단을 매니지먼트하는 ‘빅히트’가, 방탄소년단의 화보사진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이 부정경쟁방지법 (카)목에 의해 우회적으로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방탄소년단’, ‘BTS’라는 성명표지와 관련해서는 언론·출판의 자유의 관계상 가처분이 기각되었으므로, 퍼블리시티권의 의미에 성명도 포함된다는 과거의 논의는 일부 수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호부호형이 통용되어야 하듯, 방탄소년단을 방탄소년단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설령 부정으로 짝퉁 BTS 화보집을 찍어낸 출판사라 하더라도 향후 보도의 형태로 방탄소년단의 근황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장에서 장래의 ‘초상’ 사용도 일괄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라이선스를 받아 화보집을 발간할 수도 있고, 근황을 전하는 보도의 형태로 초상이 일부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초상사용권은 저작권에 가깝고, 성명사용권은 상표권에 가깝다. 그러나 저작권과 상표권이 물권(物權)에 준하는 것과 달리, 초상 및 성명 등의 상업적 이용과 관련된 퍼블리시티권은 계약관계(전속계약)에 근거한 권리일 뿐이므로, 그 계약관계가 존속하는 중에 부정경쟁방지법 등에 의하여 간접적으로 보호될 뿐이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 결정은 초상 등의 상업적 이용권이 침해된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상 신설규정(카목)에 근거하여 권리구제(금지청구 및 손해배상)를 할 수 있는 장(場)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진=You In La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