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법제개선위 “아버지 姓 따르게 한 민법 조항 폐지하라”... 다른 나라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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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에 규정된 '부성우선주의'가 본격적인 폐기 절차에 돌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부성우선주의란 자녀가 출생하면 아버지 성을 우선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원칙을 말한다.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는 “민법에 규정된 부성우선주의를 폐지하고, 부모의 협의를 원칙으로 자녀의 성을 결정할 수 있도록 민법 및 가족관계등록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법제개선위원회는 법무부가 작년 4월 가족문화와 아동 권리 관련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출생·가족·양육 분야 및 법제 분야 전문가 10인을 위촉해 구성한 단체다.

부성우선주의는 지난 1958년 민법 제정 당시 도입됐다. 당시 민법은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규정해 자녀는 어떠한 예외 없이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헌법재판소가 이 조항에 대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국가가 모든 자녀에게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것을 두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해당 민법 조문은 지난 2005년 ‘자녀가 태어나면 아버지의 성을 따른다’는 옛 규정을 원칙으로 하면서 ‘부모가 혼인신고 시 협의한 경우엔 어머니의 성을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두는 것으로 개정 됐다. 하지만 법제개선위원회는 ”부모 협의로 성을 정하는 것이 원칙이 돼야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부성주의우선 원칙이 폐기 된다면 태어난 아이한테 자연스럽게 엄마 성을 물려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부모의 협의 시점은 자녀가 태어나 출생 신고를 할 때 협의 하는 방안과 혼인 신고 시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출생신고 때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만약 협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법원이 자녀의 성 지정권자를 정해 그의 의사를 따르도록 하는 방안과 법원이 직접 정하는 방안이 나왔다.

그렇다면 해외 국가들은 어떻게 자녀의 성을 정할까?

해외 대다수 나라들은 부성주의원칙을 따르지 않고 부모의 협의에 따라 자녀의 성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결혼을 하더라도 아내가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고 기존에 쓰던 성을 그대로 쓰는 부부별성제를 도입한 반면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결혼 후 아내가 남편의 성으로 바꾸어 쓰는 부부동성제가 일반적이다. 그 결과 태어난 자녀 역시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성을 따르게 된다.

그러나 이 제도는 관행적으로 유지될 뿐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아내는 혼인 전 본래의 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혼인 중에도 자유롭게 그 성을 변경 할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975년 결혼 후에도 결혼 전 성인 ‘로뎀’을 계속해서 쓰다가 지난 1982년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한 후에 남편의 성인 ‘클린턴’으로 바꾼바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난 1998년 대학교수인 요아힘 자우어와 재혼했음에도 전 남편의 성인 ‘메르켈’을 계속해서 쓰고 있다.

만약 아내가 혼인 전에 쓰던 성을 그대로 쓰기로 결정했다면 자녀의 성은 부부가 협의해서 정해야 한다.

반면 일본은 민법에서 “부부가 혼인할 때에 협의하여 남편이나 아내의 성을 부부공동의 성으로 정하도록” 규정해 부부동성제도를 법률로 강제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이 같은 부부동성제가 위헌이라는 소송이 제기됐으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가족이 하나의 성을 쓰는 것이 합리적”이란 이유를 들어 합헌 판결한 바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아내의 성을 부부공동의 성으로 쓸 수 있지만 일본 기혼 여성의 95% 이상이 남편의 성을 따르고 있다. 그 결과 그들 사이에 태어난 자녀도 아버지의 성을 대부분 따르게 된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법제개선위원회 권고를 토대로 민법, 가족관계등록법 등 관련 법제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여성·아동의 권익 향상 및 평등하고 포용적인 가족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