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 관련 법안 국회 통과...성 범죄 처벌 확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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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09 15:24
수정 : 2020-05-0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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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0일 ‘n번방 사건’ 관련 법안들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n번방 사건이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노예로 지칭한 뒤 이들로 하여금 성 착취 동영상을 찍게 하고, 이를 텔레그램에 유포해 돈을 벌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범죄다.

통과된 n번방 사건 관련 법안들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함), 형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개정으로 인해 앞으로 무엇이 달라질까?

◆ 불법 촬영물 보기만 했어도 처벌

지난 지난해 11월 유명을 달리한 故 구하라가 2018년 전 남자친구 최종범 씨한테서 성관계 동영상 유포 협박을 받았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같이 보자”는 글이 온라인에 넘쳐 흘렸다. 당시 구 씨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최 씨 휴대폰에서 해당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분명히 지웠는데. 무서웠습니다. 언론에 제보했을까. 친구들과 공유했을까. 연예인 인생은? 여자로서의 삶... 복잡했습니다"라며 복잡하고 불안한 심경을 토로 했다. 그러나 구 씨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관련 규정이 없어서다.

그러나 개정된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이들도 처벌 대상이 된다.

이번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에서 불법 성적 촬영물을 구입해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물론 보기만 한 사람도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불법 촬영물을 퍼뜨리거나 판매 또는 빌려주는 사람만 처벌 하는데 그쳤지만, 이번 개정으로 앞으로는 단순히 불법 촬영물을 시청만 한 사람도 처벌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또한 최 씨처럼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촬영물을 이용해 피해자를 협박 한다면 1년 이상의 징역을, 강요를 한다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동의하에 피해자가 직접 찍은 촬영물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유포해도 처벌 대상이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 13세 미만 강제추행 계획만 세워도 징역형

기존보다 형량이 강화된 법안도 있다.

지난 2016년 9월 당시 11세 아동의 등 쪽 속옷을 쓰다듬은 혐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창원지방법원 형사5단독(이종훈 부장판사)은 지난 달 30일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앞으로 A씨와 비슷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무조건 징역형에 처해지게 될 전망이다. 기존 성폭력처벌법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강제추행 한 사람한테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5천만 원 범위 내에서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었지만 이번 개정에서 벌금형 부분이 삭제돼 5년 이상의 유기 징역으로만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해 강제추행을 저지를 계획을 세웠지만 실행으로 옮기지 않았더라도 이를 예비·음모죄를 적용해 3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내용도 넣었다.

◆ “중학생과 사랑해서 성관계” 더 이상 안 통한다

지난 2015년 10월 16일 자신보다 27살이나 어린 여중생(당시 15세)을 성폭행하고 임신시킨 혐의로 방송인 겸 연예기획사 대표 조모 씨(당시 46세)가 재판에 넘겨졌으나 '사랑하는 사이'라고 항변하는 조모 씨의 주장이 받아들어져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제부턴 그와 같은 이유로 법망을 빠져나갈 수 없게 되었다.

이번에 형법이 개정되면서 미성년자 의제강간 연령기준을 만 13세에서 만 16세(고등학생 미만)로 보호 범위를 넓혔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의제 강간이란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만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행위를 한 사람을 무조건 강간죄에 준해 처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의도 강제로 보는 이유는 만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스스로 성관계 동의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미숙한 나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피해 미성년자가 13세 이상에서 16세 미만인 경우에는 성행위 상대가 법에서 성인으로 보는 나이인 만19세 이상일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제한을 뒀다. 19세 미만 미성년자들끼리 합의를 해 성행위를 하더라도 서로 강간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문제점이 있는데다가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일정 부분 존중하자는 취지다.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다른 사람의 간섭 없이 스스로 상대방을 선택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권리를 뜻하며,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행복추구권’에 속하는 국민의 기본권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15세 중학생과 18세 고등학생이 폭력· 협박 등이 없는 성관계를 맺었다면 “사랑하는 사이”라는 이유가 허용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성인이 합의 하에 중학생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 성인은 무조건 강간죄로 처벌받게 된다는 의미”라며 “다만 미성년자들이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면 처벌 대상이 아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한편 위 개정 법안들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일반적으로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돼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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