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추미애 장관과 장관의 자질

품격 없는 표현·억지 법 해석·독단과 밀어붙이기

잇따르는 검찰 내부 반박과 비판에 리더십 흔들

장관에 필요한 자질 무엇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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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이 있다. 부정적인 면을 통해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나 사물을 말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바로 반면교사가 아닌가 한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3일 취임 이후 여러가지 언행을 통해 ‘장관에게 필요한 자질이 무엇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절제의 미 부족을 드러내는 경박한 표현

추 장관은 1월 20일 "대검 핵심 간부들이 심야에 예의를 지켜야 할 장례식장에서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는 등 장삼이사(張三李四,신분이나 이름이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을 해 대단히 유감"이라고 했다. 조국 전 민정수석 기소를 반대한 심재철 신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게 양석조 대검 선임연구관이 “당신이 검사냐, 조국 대변인이냐”하고 공개 항의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양석조 연구관이 사석에서 예의를 갖추지 않은 표현으로 상관을 공개 비판한 것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법무부장관이 검찰 간부를 장삼이사같은 표현을 써가며 비하하는 게 적절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도 비공식적으로가 아니라 보도자료라는 공식 문서를 통해서 말이다. 사석에서 벌어진 일을 놓고 장관이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도 부적절하지만, 지적하려면 ‘검찰 간부들은 고위 공직자로서 사석에서라도 언행에 각별히 주의하기 바란다’고 품격 있게 할 수도 있었다.

추 장관은 지난 1월23일 서울중앙지검의 조국 비리 수사팀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이성윤 지검장 결재 없이 기소하자 “적법절차를 위반한 날치기 기소”라고 했다. 기자들에게 보낸 공식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였다. 날치기란 남의 물건을 잽싸게 훔쳐가는 도둑을 말한다. 추 장관은 수사팀을 ‘이성윤 지검장의 기소권’을 물건 훔치듯 훔쳐 간 도둑에 비유한 것이다. 이성윤 지검장은 수사팀이 최 비서관 기소 결재를 몇 번이나 요청했으나 계속 미뤘다. 최 비서관을 기소하라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세 차례 지시도 모두 거부했다. 이에 윤 총장은 수사팀에 직접 지시해 최 비서관을 기소하라고 했다. 수사팀은 윤 총장 지시에 따라 기소한 것이다. 따라서 적법절차를 위반한  '날치기'라는 말이 성립하기 어렵다. 설사 적법 절차 위반 소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 기관인 검찰의 공식 업무에 굳이 ‘날치기’라는 자극적 표현을 써야 했을까. 그냥 "적법 절차 위반 소지가 있다"라고만 해도 충분했다,

말은 마음의 반영이라고 한다. 말이 경박하다는 것은 그만큼 절제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분노의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사생활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공적 업무에서 공직자의 절제의 미덕은 중요한 덕목이다.

판사 출신 답지 않은 억지 법 해석

추 장관은 검사의 보직을 대통령에게 제청할 때는 ‘검찰총장 의견을 들어’ 하라는 검찰청법 규정(제34조 ①항)에 대해 “검찰총장과 협의해서 하는 게 아니라 의견을 듣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냥 듣고 말라는 뜻이라고 강변한 것이다. 그런 뜻이라면 왜 굳이 법에 ‘검찰총장 의견을 들어’라는 규정을 뒀겠는가. 장관이 검찰총장과 협의해서 인사하는 것은 법 규정을 떠나 과거부터의 오랜 관행이다. 법무부 검찰국이 인사안 초안을 만들면 장관이 이를 갖고 검찰총장과 만나 협의해 확정했다. 현 정부가 임명한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과 협의해서 했다. 그때 현 정권 사람 누구도 이 관행을 문제 삼지 않았다. 전국 검찰을 직접 지휘 ·감독하는 검찰총장 의견을 반영해서 검찰 인사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추 장관은 입법 취지도,상식도, 관행도 모두 무시한 채 ‘협의해서 하라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윤 총장을 따돌리고 현 정권 수사팀을 해체하려 억지를 부린 것이다.

추 장관은 2월11일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사건에 대한 (기소하라, 말라는 등의) 구체적 수사 지휘권은 검찰총장이 아니라 지방검찰청검사장(지검장)의 권한"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성윤 지검장 결재 없이 윤석열 총장 지시에 따라 최강욱 비서관을 기소한 것을 비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과연 그럴까. 검찰청법 제 12조 ②항에 “검찰총장은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ㆍ감독한다”고 돼 있다. 검찰총장이 모든 지휘권을 갖는다는 뜻이다. 구체적 수사 지휘권은 검찰총장이 아니라 지검장에 있다는 규정은 따로 없다. 그런데도 추 장관은 구체적 수사 지휘권이 검찰총장이 아닌 지검장에게 있다고 했다. 이를 합리적 해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추 장관은 법 해석과 적용을 본업으로 하는 판사 출신이다. 추 장관의 법 해석을 보면 판사 출신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툭하면 ‘감찰’ ‘징계’ 운운하는 권위주의

추 장관은 서울중장지검 수사팀이 이성윤 지검장 결재 없이 최강욱 비서관을 기소한 것을 두고 "적법 절차 위반 소지가 있는 기소 경위에 대해 감찰 필요성을 확인했다"면서 "감찰의 시기, 주체, 방식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취임 직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법무부에 와서 검찰 인사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라고 했으나 오지 않았다며 “윤 총장이 제 명(命)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9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면 자리에서였다. 이 때 추 장관이 ‘지휘 감독권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 찾아’라고 법무부 간부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찍혔다. 윤 총장을 명령 거부 명목으로 징계하겠다는 뜻이라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감찰이나 징계를 하려면 명백한 법 위반 행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 비서관 기소는 앞에서 말했듯 적법 절차 위반이라고 하기 어렵다. 윤 총장도 법무부가 인사 안을 다 짜놓고선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리기 직전에 할 말 있으면 와서 하라고 하자 검찰청법 규정을 무시한 요식 행위라며 거절한 것이다. 그럼에도 추 장관은 감찰, 징계를 거론했다. 추 장관이 정말로 감찰이나 징계 대상이라고 판단했다면 실제로 감찰이나 징계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다. 그러나 아직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정당한 감찰이나 징계 대상이 아닌데도 감찰이나 징계 권한을 내세워  부하를 누르려 하는 것은 전형적인 권위주의 행태다.

◆의견 수렴 절차 없는 독단과 밀어불이기

추 장관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비서관 등 13명의 공소장을 제출하라는 국회의원 요구를 거부했다. 추 장관은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고 이게 언론에 그대로 보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어떤 관행이 잘못된 것이라면 고쳐야 한다. 그러나 그 전에 거쳐야 할 절차가 있다. 그 관행이 정말로 잘못된 게 맞는지, 잘못됐다면 무엇을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사회적으로 논의하고 합의를 구하는 절차다.

그런데도 추 장관은 대뜸 이 관행이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건 추 장관의 독단일 수 있다. 추 장관 주장과 달리 고위 공직자의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은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당연하다는 의견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추 장관이 정말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였다면 “이번에는 관행대로 공소장을 제출하겠다. 그러나 이 관행이 옳은지 검토해서 필요하다면 적정한 절차를 거쳐 고치겠다”고 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하필 청와대 전·현직 비서관들의 비리 의혹 사건부터 무작정 거부했으니 이들의 혐의를 감추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그랬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추 장관은 검찰 내에서 수사와 기소의 주체를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사 검사는 수사만 하고 기소 여부는 다른 검사가 판단하도록 하겠다는 말이다. 수사 검사의 독단과 오판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수사와 기소 분리는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검찰 업무의 본질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검찰과는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불쑥 발표했다. 추 장관은 수사와 기소 분리 추진 입장을 밝힌 다음 날인 2월 12일에야 대검에 협의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윤 총장은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이 뭘 협의하느냐며 거절했다. 이에 추 장관은 전국 검사장들을 불러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며 21일 검사장 회의를 열기로 했다가 19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이유로 취소했다.

추 장관이 수사와 기소 분리가 절실한 문제라고 여겼다면 구체적인 방안, 예상되는 문제점과 해결책 등을 제시하고 검찰 내 의견도 수렴해서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어느날 툭 던져놓고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니 정권에 불리한 사건의 기소권을 수사 검사에게서 뺏아 기소를 막으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기소 심의관이니 기소 자문관이니 하는  직책을 만들어 놓고 여기에 친 정권 검사를 앉히면 얼마든지 정권 입맛에 맞게 기소를 통제할 수 있다. 

하는 일마다 내부 비판 받는 취약한 리더십

추 장관의 ‘날치기 기소에 대한 감찰 방침’에 대해 정희도 전 대검 감찰2과장이 검찰 내부 게시판에 반박 글을 올렸다. 정 과장은 “검찰총장의 정당한 지시에 따라 기소한 것을 두고 감찰을 하겠다는 것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개입하는 것으로 (이를 금지한) 검찰청법 위반”이라고 했다.

추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 감독권은 검찰총장이 아닌 지검장의 권한이라고 한 데 대해서는 김우석 정읍지청장이 비판했다. 김 지청장은 검찰청법 조문을 들어가며 "검찰총장이 총괄하고 지휘, 감독하는 검찰 사무에 구체적 사건에 관한 지휘, 감독이 배제된다는 규정은 없다"면서 "검찰 수장의 가장 핵심적인 권한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려고 한다면 법률에 명시적인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지청장은 "일반인의 관점에서 볼 때 최종적인 의사 결정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조직의 수장"이라며 "구체적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검사들 의견이 상충될 때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검찰총장에게 없다면 검찰총장을 철저하게 검증할 이유도, 임기를 보장해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수사와 기소 주체 분리론은 대검이 반박했다. 윤석열 총장은 “검사 업무의 본질은 기소이고 그 기소를 하기 위한 준비 단계가 수사”라며 “재판하는 판사가 판결을 내려야 하듯 수사하는 검사가 기소를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라고 했다. 이수영 대구지검 상주지청 검사는  ‘검사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제가 알고 있는 검사는 소추(기소) 기관"이라며 "소추 기관인 검사는 공소의 제기나 유지뿐만 아니라 수사의 개시 단계부터 관여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장관이 무슨 정책을 펴려면 먼저 해당 부서 공무원들의 이해와 협조를 받아야 한다. 그들이 그 정책을 추진하고 집행할 사람들이기때문이다. 나아가 다수 국민들로부터 정책에 대한 이해와 지지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안팎으로 이해와 지지를 받아내는 능력이 리더십이다. 추 장관은 검찰 내부에서부터 반박과 비판을 받는다. 그러면서 어떻게 정책을 추진하고 어떻게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

장관보다 정치인으로 행동

추 장관은 인사청문회 때 “정치인의 역할과 장관의 역할은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인은 눈 앞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일하지만 장관은 멀리 국민 전체를 내다보며 일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추 장관은 그 반대로 했다. 순수한 뜻보다는 정파적 계산에서 일한다는 인상을 줬다. 하는 일마다 현 정권을 수사하는 검찰의 힘을 어떻게 해서든 빼려는 정치적 의도라는 의심을 샀다.  단순한 인상이나 의심이 아니라 실제 의도가 그랬을 것이다.

그 바람에 검찰 내부의 반발과 비판은 물론이고 민변, 참여연대, 경실련, 정의당 같은 현 정권에 우호적인 단체와 정당, ‘진보’ 지식인들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다. ‘지식인의 이반(인심이 떠나서 배반함)’은 한 정권이나 체제의 몰락을 예고하는 전조라고들 한다. 지금 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추 장관이 정치인의 역할과 장관의 역할은 다르다는 자기 말에 충실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지식인의 이반도 불러오지 않았을 것이고, 스스로 ‘반면교사’가 되는 처지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사진=남궁진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