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무기계약 근로자에게도 정규직 근로자 취업규칙이 적용돼야”

대법, 호봉 승급 -기본급- 상여금 -근속수당 등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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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에서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근로자에게도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던 취업규칙에 따라 호봉 정기승급 및 각 임금 항목의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2015다254873)이 나왔다. 무기계약직과 관련한 차별처우를 개선하라는 것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12월 24일 대전문화방송 주식회사 소속 근로자 7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대전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원고들은 대전문화방송 주식회사(이하 ‘사측’이라고만 함)에 기간제로 입사해 근로하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고만 함)에 따라 2010년에서 2011년 사이에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근로자들이었다. 그런데 사측은 이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기간제 근로자였을 때와 동일한 형식의 고용계약서를 이용해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정규직 근로자의 80% 수준으로 기본급 및 상여금을 지급했다. 그리고 근속수당은 아예 지급하지 않았고, 자가운전보조금도 매달 10만 원정도 적게 지급했다. 또한 2012년 5월 이후부터는 정기적인 호봉승급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들과 동일한 부서에서 같은 직책을 담당하며 근로를 제공하는 정규직 근로자와 업무 내용과 범위, 업무의 질이나 양 등 제반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이에 근로자들은 “사측이 자신들에 대해 정규직 근로자 취업규칙이 아닌 계약직 운영규정을 적용해 임금과 수당에서 정규직 근로자와 차별하고 있다.”며 2013년 4월 사측을 상대로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번 사건에서는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근로자에게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던 취업규칙이 적용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원고측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한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을 근거로 “이러한 규정에 따라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기존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무기계약직 근로자라는 지위는 단지 고용형태에 불과하여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때문에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대우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맞섰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여 사용자에게 근로자를 균등하게 처우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원심인 대전고등법원은 "정규직 근로자에 미달하는 기본급과 상여금을 지급한 것이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이 아니다."며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게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던 취업규칙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도 정규직 근로자 취업규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원고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법원은 그 근거로 먼저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의 입법취지를 들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문언상으로는 이 규정이 기간제 근로자의 차별 처우만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 규정 취지와 공평의 관념을 고려하면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정규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보다 불리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기간제법을 확대해석한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기간제법은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한을 2년으로 제한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하는 조항을 마련하였다.“며 ”만약 사업장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있다면, 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근로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원고들에게도 정규직 취업규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하며,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개별적 노사 간의 합의라는 형식을 빌려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근로자가 감수하도록 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고 판시했다. 즉 무기계약직에게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이 있지 않는 이상 전체 근로자에게 같은 취업규칙을 적용해야하며, 무기계약직에게 별도의 취업규칙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취업규칙이 차별을 조장하기 위하여 만든 규정이라면 근로기준법상 균등대우원칙에 반하여 무효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사측의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고용계약 부분은 무효로 되고 그 부분은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기준이 적용된다.”며 “원고들에게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기본급, 상여금, 근속수당, 자가운전보조금이 지급되어야 하고 정기적인 호봉승급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 무기계약직의 열악한 근로조건은 고용보장이라는 허울에 가려져 그동안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사회적 현실을 적절하게 짚어낸 전향적인 판결로 풀이된다.
 

[사진=이범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