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불합치 법률 일부 ‘손질’

병역법, 형사소송법,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등 국회 통과

‘패스트트랙 대치’로 입법 공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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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법 개정이 시급한 법안 4건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재석 168명 중 찬성 168명으로 개정안들을 가결처리했다.

우선 병역법 개정안과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병역 종류에 ‘대체역’을 추가하고 교정시설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대체복무기관에서 36개월 동안 합숙 복무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대체복무제 입법은 헌재가 지난해 6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입법시한을 2019년 12월 31일까지 정한 데 따른 것이다.

앞으로 대체복무요원은 교정시설 등에서 공익에 필요한 업무를 하게 됐다. 다만 무기·흉기를 사용하거나 이를 관리·단속하는 행위 등은 업무에 포함되지 않도록 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교정시설 근무로 단일화하되, 제도가 정착되면 복무 분야를 다양화할 수 있도록 대체복무기관 종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법안 통과로 내년 대체복무제도 시행이 연기될 위기는 벗어났다. 하지만 시행령과 하위 법령 신설 등 준비가 남아 있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병무청의 후속 절차가 필요하다.

형사소송법도 개정됐다. 이에 따라 체포·구속영장 집행을 위해 영장 없이 타인의 주거를 수색하려면 미리 수색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예외사유가 들어왔다. 또한 즉시항고·준항고의 제기기간을 현행 3일에서 7일로 연장했다.

지난해 4월 헌재는 수색에 앞서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구별하지 않고 피의자가 소재할 개연성이 있으면 영장 없이 곧바로 타인의 주거를 수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헌법 제16조 영장주의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또한 같은 해 12월 헌재는 즉시항고 제기기간이 지나치게 짧아 실질적으로 즉시항고 제기를 어렵게 하고 제도를 단지 형식적이고 이론적인 권리로서만 기능하게 하므로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며 같은 결정을 내렸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헌재는 △전기통신에 관한 통신제한조치 기간 연장과 관련해 총 연장기간 등을 정하지 않고 제한 없이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한 규정, △수사기관이 수사 목적으로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특별한 제한 없이 광범위하게 요청할 수 있게 한 규정, △기지국에 대한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수사의 필요성 요건만으로 요청할 수 있게 한 규정, △전기통신사업자의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제공받은 후 기소중지 결정 등이 있을 때 정보통신가입자에게 해당 사실을 통지하도록 하지 않은 규정 등에 대해 각각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범죄수사를 위해 이뤄지는 통신제한조치 기간을 연장할 경우 총 연장기간은 1년 이내로 하되, 내란죄·외환죄 등 국가안보 관련 범죄 등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총 연장기간을 3년 이내로 규정했다.

개정안은 실시간 위치정보 추적자료, 기지국에 대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청시 보충성 요건을 강화했다. 수사기관이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 실행을 저지하기 어렵거나 범인의 발견·확보 또는 증거의 수집·보전이 어려운 경우 등 보충적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실시간 위치정보 추적자료 요청, 특정 기지국에 대해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받은 수사기관이 △기소중지·참고인중지 결정 처분을 내린 날부터 1년(국가안보 관련 범죄 등의 수사가 목적인 경우는 3년)이 지났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받은 날부터 1년(국가안보 관련 범죄 등의 수사가 목적인 경우는 3년)이 지나면 그 기간이 경과한 날부터 30일 안에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받은 사실, 제공요청기관, 기간 등을 정보주체인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 오는 31일까지 개정돼야 할 법률들은 아직도 많다. 국회의사당, 법원, 국무총리공관 주변에 대한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한 집시법 역시 올해 말까지 개정해야 한다. 이 밖에 채취행위의 위법성 확인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제절차를 마련하고 있지 않은 DNA채취법 등이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여·야의 ‘패스트트랙 대치’가 일부 법률에 대한 입법 공백으로 이어질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이정수 기자, leejs@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