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는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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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는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6다24284)이 나왔다. 기존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E건설의 파산관재인이 농협을 상대로 낸 공사대금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항소심을 지난 19일 확정했다.

E건설은 지난 2009년 5월 27일 농협중앙회가 발주한 광주 농산물 종합유통센터 신축공사를 해주기로 하는 내용의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아울러 E건설은 “공사대금청구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채권양도금지특약도 맺었다. 그런데 2010년 10월 21일 E건설이 공사를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부도처리 되자 농협중앙회가 도급계약을 해제 하였으나, E건설은 부도 직후 ’채권양도금지특약‘을 어기고 공사대금채권 중 일부를 하청업체들에게 양도했다.

한편 E건설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 선임된 회생절차 관리인은 농협중앙회를 상대로 공사대금지급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회생절차 관리인은 “하청업체들에게 한 채권양도는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하며 E건설이 하청업체들에게 이미 양도한 공사대금까지 청구하였다. 그러자 농협중앙회는 "E건설이 하청업체들에게 한 채권양도는 유효하다."고 항변하면서 맞섰으나 항소심은 “하청업체들에게 한 채권양도는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에 농협중앙회는 "하청업체들은 양도금지특약을 알지 못했고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없다."며 상고하였다. 상고심에는 E건설의 파산관재인이 소송을 이어받아 원고가 되었다. 재판 진행 중 E건설은 회생절차폐지결정을 받아 확정되었고, 동시에 파산선고가 내려지면서 원고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원합의체가 심리하는 사건에서는 '채권양도 금지특약'에 위반한 채권양도가 어떤 효력을 갖는지가 쟁점이 됐다.

상고심에서 농협은 “양도금지특약에 위반한 채권양도도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다만 채권양수인 이러한 특약을 알면서도 채권을 양수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무효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농협은 원고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어지게 된다. 하청업체가 양도금지특약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E건설이 하청업체들에게 공사대금채권을 양도한 것은 유효하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 판례는 '특약에 위반한 채권양도는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다만 제3자가 특약을 모르고 채권을 양수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르면 E건설이 하청업체들에게 채권을 양도한 것은 무효이므로, 농협은 원고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양도금지특약을 한 채권은 양도성을 상실하므로 이를 위반한 채권양도는 당연히 무효다."며 "다만 채무자는 선의의 제3자에게는 무효를 주장할 수 없는데 E건설의 하청업체들은 양도금지특약이 있음을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으므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기존 판례를 유지한 것이다.

이어서 “채권관계에서는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되어 계약당사자는 원칙적으로 합의에 따라 계약 내용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며 “양도금지특약을 하면 채권은 양도성을 상실하게 되고 이는 제3자에게도 효력이 미친다."고 판시했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서 발생한 채권에 대해 양도를 금지하는 특약을 하였다면 그 특약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또 "채권의 재산적 성격과 양도성을 제고하는 것이 국제적 흐름이라 하더라도, 현행 민법 규정상 문언의 합리적 해석범위를 넘어 이를 인정할 순 없다."고 판시했다. 채권양도성 강화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기존 판례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소수의견은 "양도금지특약은 당사자만 구속하므로 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유효하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다만 채무자는 악의의 양수인에게는 이행거절의 항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수인이 양도금지특약이 있는 채권이라는 것을 알면서 채권을 받았다면, 채무자는 채권양도와 상관없이 본래의 채권자인 양도인에게 이행을 하면 된다는 뜻이다.

또한 "자본의 신속하고 원활한 순환이 요구되는 현대사회에서 채권양도는 자금조달 수단으로서 기능과 가치가 확산되고, 사회경제적으로 채권거래의 규모와 빈도가 증가하면서 채권의 재산적 성격과 담보로서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한 채권양도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위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양도금지특약을 위반하여 이루어진 채권양도는 원칙적으로 그 효력이 없다는 것이 통설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와 견해를 같이하는 상당수의 대법원판결이 선고되어 재판실무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종례 판례의 타당성을 다시 확인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사진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