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유·무죄 판결?… '종북발언' 대법원 판단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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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자치단체장'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아나운서 출신 고(故) 정미홍 씨의 유족들이 발언의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김성환 전 노원구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을 종북 자치단체장으로 비난한 정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정씨는 8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정씨는 2013년 1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서울시장, 성남시장, 노원구청장 외 종북 성향의 지자체장들 모두 기억해서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 반드시 퇴출해야 합니다. 기억합시다"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종북 성향 인사로 지목되는 경우 그에 대한 사회적 평판이 크게 손상될 것이 명백하고, 정씨가 구체적인 뒷받침도 없이 김 전 구청장을 무책임하게 매도하고, 매우 모멸적인 표현까지 썼다"는 게 1·2심 판단의 근거이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종북’이라는 표현이 단순히 명예훼손 수준을 넘어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담고 있는 만큼 대법원의 이번 판단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이 항상 ‘종북’이라는 표현을 문제삼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목된 인물의 지위나 그간의 행보 등을 고려해 다른 판단을 내렸던 경우가 더 많다.  

앞서 지난 4월 이재명 경기지사를 '종북'이라고 비난했던 변희재씨에 대해 대법원은 ‘명예훼손이 아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비록 "'종북'이라는 말이 포함돼 있더라도 이는 공인인 이 지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표명이나 의혹 제기에 불과해 불법행위가 되지 않거나 위법하지 않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판단이었다.

이어 "변씨가 이 지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의사로 '종북'이라는 표현행위에 이름으로써 이를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대법원은 '종북'이라는 발언에 대해 모두 책임을 묻고 있진 않다. 공인이라고 하더라도 명확한 근거가 뒷받침 된다면 이를 '의견표명'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와 심재환 변호사 부부에 대한 시사평론가의 발언에 대한 판단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됐다. 

시사평론가 이봉규씨는 채널A의 프로그램인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5대 종북 부부'라는 제목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 전 대표 부부를 소개했다. 이에 이 전 대표 부부는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 당했다"며 이씨와 채널 A를 상대로 각 3000만원씩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종북표현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며 "타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국회의원이자 공당의 대표로서 대통령후보자로도 입후보한적이 있는 공인이고, 그의 남편 또한 그간의 사회활동경력 등을 비추어 볼 때 공인이나 이에 준하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 전 대표 부부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문은 이미 수차례 언론 보도를 통해 대중의 공적 관심사가 됐다“며 종북표현을 '사실적시'가 아닌 이 전 대표 부부가 공인으로서 취해온 정치적 행보에 대한 의문제기와 비판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특정 단체나 기관을 ‘종북’이라고 지목한 것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사례도 있다.

통상 ‘명예권’은 자연인의 권리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단체나 기관에 대해서는 명예권을 인정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9월 9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할머니들을 이용해 북한을 추종한다는 허위기사를 작성한 극우 논객 지만원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당시 지씨의 사건을 담당했던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적시한 사실은 진실이라고 볼 수 없으며, 무관하거나 신빙성 없는 자료만을 가지고 사실이라고 단정했다"며 정대협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