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상속포기하면 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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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사망 후 수억 원의 빚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자녀들은 ‘상속포기’라는 단어가 떠오를 것이다. 만약 부모의 빚이 물려받을 재산보다 많다면 상속인인 자녀들은 ‘상속포기’를 선택할 수 있다. 상속포기는 상속인의 지위를 포기하는 것으로 재산은 물론 채무까지 물려받지 않을 수 있다.

그럼 부모의 빚에 대하여 자녀들이 모두 ‘상속포기’를 하면 채무는 모든 끝나는 것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자녀들이 모두 상속포기를 하면, 자녀의 자녀 즉 손자, 손녀들이 수억 원의 빚을 상속하게 된다. 1순위 상속인(직계비속·자녀, 손자녀)이 상속포기를 하면 2순위(직계존속·조부모), 3순위(피상속인의 형제자매), 4순위(4촌 이내 친족)에게 순위에 따라 차례대로 상속이 넘어간다.

보통은 자녀들까지만 상속이 된다고 생각하여 부모의 상속채무에 대하여 자녀들만 포기하면 모든 채무관계가 끝난 줄 알았다가 손자녀에게 빚이 넘어간다는 얘기를 뒤늦게 알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은 가족이 상의를 하여 피상속인 자녀 중 한명이 한정승인을 받은 뒤 나머지 형제가 상속을 포기하는 것을 가장 원만한 해결책으로 전문가들이 조언할 것이다.

한정승인은 물려받은 재산의 한도 안에서만 부모의 빚을 청산하겠다는 의미로, 상속재산이 부족하더라도 상속인이 자기 재산으로 변제할 의무를 따로 지지 아니한다. 만약 상속 1순위자 중에서 한정승인을 하게 되면 후순위로는 빚이 내려가지 않고 상속이 종료한다.

다만 상속인의 배우자는 법적으로 1순위와 2순위 상속인과 공동상속인으로 보기 때문에 자녀들이 상속포기를 하고, 배우자가 한정승인을 하는 경우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손자녀와 공동상속인이 된다. 그러한 경우 배우자가 한정승인을 받더라도 손자녀들에게 채무가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또한, 상속포기는 기한이 정해져 있다. 상속인이 상속의 개시가 있음을 안 날(보통은 피상속인의 사망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관할 법원에 접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피상속인의 생전에 상속포기각서 등을 받아두었다 하더라도 효력이 없다.

마지막으로 한정승인은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피상속인의 재산이 될 수 있는 재산을 상속인이 임의로 처분하거나 누락하면 한정승인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 돌아가신 부모의 재산을 정리하면서 차량을 폐차하거나 특정 금원을 수령, 소비하는 경우 채권자가 한정승인 결정문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한정승인 취소될 수도 있다. 어렵게 받은 한정승인이 취소될 수도 있기 때문에 특별히 유의하여서 채권자에게 채권액 비율에 맞게 채무를 갚아야 한다.
 

[사진=송혜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