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해외로 향하는 위험한 아르바이트

  • 서울고등법원 2018노3513 판결
info
유인호 변호사
입력 : 2019-11-23 09:00
수정 : 2022-05-30 16:02
프린트
글자 크기 작게
글자 크기 크게
1. 들어가며

최근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 7월까지 금괴 56,458kg(약 2조7천억원 상당)이 밀수입‧밀수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대부분의 국가는 금을 구입하는 경우에 세금(부가세 내지 소비세)을 부과하고 있지만, 홍콩의 경우 소비세가 없기에 금의 가격이 다른 국가보다 낮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소비세율이 2014년 5%에서 8%로 인상되었고, 최근(2019년 10월)에는 10%로 인상되었기에, 홍콩으로부터 금괴를 밀수하게 되면 10% 이상에 해당하는 차액을 남길 수 있다.

예를 들어 2kg 골드바의 시세가 1억원이라고 할 때, 홍콩에서 1억원에 구입한 200g짜리 골드바 10개를 몰래 일본으로 반입하면 1천만원 상당의 수익을 낼 수 있다. 다만, 일본세관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홍콩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도착한 경우 그 어느 때보다 수하물검사에 집중하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루트가 각광을 받게 되었는데, 바로 한국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루트이다. 200만원 정도를 투자하여 한국 아르바이트생에게 공짜관광이라며 항공권과 여비를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남는 장사이다. 홍콩에서 제3국으로 향하면서 한국을 경유(환승)하고, 한국 아르바이트생은 일본으로 출국하면서 한국 공항내 환승구역에서 홍콩에서 건너온 금괴를 가지고 다시 일본으로 향한다.

운반책들은 금괴를 체내에 숨기지 않고 있다가 일본 세관에 적발되는 경우 본인이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적발 시 대처요령을 철저히 교육을 받기 때문에, 일본 세관에 금괴가 적발될 경우 운반책들만 처벌될 뿐, 금괴밀수조직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러한 루트는 일본이 소비세를 인상한 시점인 2014년 이후 각광을 받게 되었고, 2016년경 부터는 한국 공항에서 적발되는 경우도 상당하였다. 그러나 관세청이나 경찰은 이러한 금괴밀수 사건을 수사하다가도 무혐의로 결론내고 검찰로 사건을 송치하였다. 금괴가 한국에서 통관 절차 없이 환승구역만 거쳐 일본으로 가기 때문에 한국으로부터의 밀수출이 아니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이 과연 타당할까? 오늘 소개할 판례는 바로 위험한 아르바이트를 이용한 국제공항 환승구역 내의 밀수행위에 대하여 한국법을 적용하여 처벌한 서울고등법원 2019. 10. 30. 선고 2018노3513 판결이다.


2. 사건의 개요

피고인 조씨와 이씨, 그리고 그 외의 공범들은 ‘홍콩은 금괴에 대한 소비세가 없고, 일본은 소비세가 있어, 관련 세금만큼 차익이 발생하므로, 홍콩에서 금괴를 구입한 후 일본으로 밀반입하여 판매하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금괴 밀수를 계획하였다. 그러나 홍콩에서 매입한 금괴를 휴대하여 바로 일본으로 반출할 경우, 홍콩 출발 입국자에 대한 일본 세관의 엄격한 휴대품 검사 때문에 일본 세관에 쉽게 적발되는 반면, 한국에서 출발하는 여행객들에 대한 일본 세관의 휴대품 검사는 상대적으로 완화되어 있다는 점을 노리고, 출발지를 세탁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피고인 조씨와 이씨는 ① 홍콩에서 인천을 경유하여 제3국으로 가는 루트를 통해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보세구역)으로 홍콩에서 매입한 금괴를 반입시킨 후, ② 이와 별도로 한국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금괴 운반을 담당할 운반책들을 모집하여 교육시킨 다음 그들로 하여금 여행객임을 가장하여 인천에서 일본(후쿠오카)으로 가는 항공권을 제공하고, 운반할 금괴 1개(200g)당 10만원을 지급하면서, ③ 운반책이 출국심사를 거쳐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에 진입하게 되면, 홍콩에서 가져온 200g 중량의 금괴를 6~8개씩 운반책들의 항문에 숨겨 일본행 항공기에 탑승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④ 2017. 4. 4.부터 2018. 4. 13.까지 111회에 걸쳐 총 1,110kg의 금괴(국내도매가격 약 559억원 상당)를 연인원 900여명의 운반책들을 이용하여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일본으로 밀반출하였다.


3. 출발지 세탁에 관한 관세법상 쟁점

(1) 관련규정

관세법 제269조 (밀수출입죄)
③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물품원가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1. 제241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물품을 수출하거나 반송한 자

관세법 제269조는 위와 같이 “신고를 하지 아니하고 물품을 반송한 자”를 처벌하고 있고, 특가법은 그 물품의 원가가 5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가중처벌을 하고 있다. 그런데, 관세법 제241조 제2항은 “휴대품·탁송품 또는 별송품 등의 경우에는 신고를 생략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2) 원심의 태도(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고합587 판결)

애초에 대한민국의 수입통관절차를 거칠 것을 예정하지 않은 물품이 외국(A국)에서 외국(B국)으로 운반되면서 단순히 대한민국 국제공항 환승구역을 경유하는 경우에는 ① 이를 국내를 목적지로 하여 ‘도착’한 외국물품으로 보기 어렵고, ② 수출입을 전제로 한 중계무역물품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으며, ③ 국내 거주자를 수하인으로 한 외국물품으로 볼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반송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관세법 제269조 제3항 제1호 및 이에 대한 가중처벌규정인 특가법 제6조 제3항 및 제6항 제3호를 적용하여 처벌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금괴는 대한민국의 수입통관절차를 거칠 것을 예정하지 않은 채 홍콩에서 일본으로 운반되면서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을 경유한 것에 불과하므로, 관세법상 반송신고의 대상이 되는 물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아, 위 공소사실은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즉, 대한민국의 수입통관절차를 거칠 것을 예정하지 않은 물품은 반송신고 대상물품이 아니라거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것만으로는 대한민국 밖의 지역에 있는 것으로서 국내에 도착한 것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서 이 사건 금괴가 반송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보아 관세법 위반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4. 이 사건 판례의 태도(2018노3513)

(1) 관세법상 반송신고가 필요한지 여부(=미신고시 관세법상 밀반송죄로 처벌되는지 여부)

관세법 규정을 살펴보면, 외국으로부터 국내에 도착한 외국물품이 수입신고가 수리되기 전에 수입통관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다시 외국으로 반출되는 경우에는, 휴대품 등으로서 제241조 제2항에 따라 반송신고가 생략되는 물품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연히 반송신고의 대상이 된다. 비록 국내로 수입되지 않아 관세 부과 대상은 아니지만, 통관질서의 유지를 위해 반송신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세법 제241조 제2항에 따라 신고생략이 가능한 물품은 여행자휴대품, 승무원휴대품 등만 해당될 뿐, 이 사건과 같이 외국으로부터 국내로 들여와 내국인 여행객에게 건네져 외국으로 다시 반출되는 금괴에 대하여까지 신고생략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또한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도 국내 영토의 일부분으로서 국내법의 적용을 받는 장소이므로, 위 환승구역에 반입된 물건 또한 국내로 반입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에 반입된 이 사건 금괴는 관세법이 정한 보세구역인 세관검사장이라는 장치장소에 있는 물건으로서 우리나라 관세법에 따른 통관절차 또는 반송신고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고, 외국으로부터 국내로 들여와 내국인 여행객에게 건네져 외국으로 다시 반출되는 금괴는 신고생략 대상이 아닌 반송신고의 대상이다.

(2) 양형판단

이러한 피고인들의 범행은 홍콩에서 일본으로 금괴를 밀수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내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을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용한 것으로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피고인들의 이러한 범행으로 인해 국내 통관질서가 심각하게 문란해졌을 뿐 아니라 외국으로 여행하는 내국인에 대한 신뢰 역시 상실되는 피해를 야기하였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은 다수의 일반인들을 금괴 운반책으로 끌어들여 범행에 가담시켰고, 이로 인해 금괴 운반책으로 가담한 여행객들이 일본에서 밀수범으로 단속되는 2차 피해를 야기하였다. 피고인들이 밀반송한 금괴의 양이 매우 많고, 그 기간 역시 상당히 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범행과 같은 행위에 대하여는 국가적, 사회적 피해를 방지하고 향후 재발을 막기 위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조씨에게는 1년 6월의 징역형이, 이씨에게는 1년 2월의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약 635억원 상당의 추징도 병과되었다.


5. 결론

이 사건 범행 당시에는 위 행위가 국내법에 저촉되는지 명확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어, 세관당국이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 실제 이모씨 등은 이 사건 금괴의 운반과 관련하여, 조모씨로부터 “국내법상 처벌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범행에 나아간 것이라고 변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위 피고인들이 이 사건 금괴를 통상적이지 아니한 방법으로 국제적으로 밀수하고, 그 과정에서 국내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을 이용함에 있어 자신의 행위가 국내 법령에 위반될 가능성에 관하여 심사숙고하거나 관련 당국에 조회하는 등 진지한 노력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관련 당국에서 이에 관하여 적법성을 인정해준 바도 없으므로, 자신들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하였다거나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형법 제16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한편, 이러한 행위가 일본에서 적발되어 처벌받은 바 있더라도, 여전히 한국에서의 범죄행위에 해당하여 처벌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죄를 지어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집행된 사람에 대해서는 그 집행된 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선고하는 형에 산입하는 것에 그칠 뿐(형법 제7조), 대한민국 영역 내(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에서 죄를 범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의 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형법 제2조, 제8조).

따라서 네이버지식인에 “일본에서 적발이 되고 일본 법률에 따라 처벌되어 벌금, 관세 등을 내고 종료가 되었다면 끝난 사건입니다. 국내법으로 다시 처벌받지 아니 한다고 봅니다.”라거나 “해외에서 처벌받은 것은 일사부재리 원칙상 국내에서 다시 처벌받지 않습니다.”라는 황당한 답변들은 전혀 참고할 수 없는 것이다.

오늘 살펴본 위험한 아르바이트에는 “밀수” 외에도 더 무겁게 처벌되는 “마약운반”이 포함된다. 국제공항 환승구역에서 금괴, 마약 등 여행자 본인의 통상적인 휴대품이 아닌 물품의 운송을 부탁받는 경우 이는 분명한 범죄행위이므로 거절하여야 하고, 그렇지 아니하면 입국하는 국가에서의 처벌되는 것 외에, 국내법에 의하여도 처벌될 수 있음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사진=유인호 변호사, You In Law 제공]

후원계좌안내
입금은행 : 신한은행
예금주 : 주식회사 아주로앤피
계좌번호 : 140-013-521460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