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구속, '증거 인멸' 여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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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3일 조국 법무부장관의 아내 정경심씨를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정씨가 건강을 이유로 조사 중단을 요청해 8시간만에 조사를 마치고 돌려보냈다. 검찰은 조사할 내용이 많아 나중에 다시 검찰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당초 정씨를 서울중앙지검청사 1층을 통해 공개 소환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방침을 바꿔 지하 주차장을 통해 비공개 소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검찰 수사 방식의 개선과 인권 존중을 강조하자 이를 의식해서 비공개 소환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여당은 '인권 보호'라고 옹호했고, 야당은 '황제 소환'이라고 비판했다.

정씨와 관련된 의혹은 여러 가지다. 이미 기소된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 외에 증거 인멸과 교사, 조국 사모 펀드 투자와 운영 및 자금 출처 등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검찰이  정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불구속 수사할지다. 또 영장을 청구할 경우 법원이 발부할지다.  

구속의 가장 중요 조건은 증거 인멸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 판단에서 두 가지를 고려할 것이다. 하나는 법률적 판단이고 또 하나는 정치적 판단이다. 법률적 판단이란 범죄 혐의에 대한 증거 확보 여부와 그 혐의의 경중에 대한 판단이다.  정치적 판단이란 정씨를 구속할 경우 집권세력에 미칠 영향, 반대로 불구속할 경우 국민 여론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한 판단을 말한다.

원칙대로 하면 법률적 판단에 따라 구속 영장 청구를 결정하는 게 맞는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의 조건은 범죄 혐의의 소명, 증거 인멸 가능성과 도주 우려다. 여기에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하도록 돼 있다. 그 중에서도 증거 인멸 우려는 구속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구속 제도의 취지 자체가 피의자의 증거 인멸을 막기 위한 것이다.  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된 경우라도 증거 인멸 우려가 없으면 영장을 기각할 정도다. 

그런데 정씨는 바로 증거 인멸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검찰이 지난 8월 27일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벌일 때를 전후해 자신의 동생과 수차례 증거 인멸 회의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자기 집 컴퓨터의 하드 디스크와 동양대 사무실의 컴퓨터를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다. 정씨는  딸의 대입용 스펙을 쌓기 위해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 조국 펀드에 투자한 자금의 출처에 대한 의혹도 받고 있다. 이런 범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정씨  범죄의 중대성은 커지고 이는 구속영장 청구 및 발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검찰이 법대로만 한다면 정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고 법원도 발부할 가능성이 크다.

◆ 조국 수사 비난·지지  대규모 시위도 영향 미칠 듯  

그러나 최근 정권과 지지세력은 검찰 개혁을 강조하면서 조국 장관 수사를 검찰의 개혁 저항으로 몰아가고 있다. 정권 지지세력 등은 지난 9월28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대규모 검찰 비판 시위를 열기도 했다.  검찰은 이를  조 장관 수사를 '살살'하라는 압박으로 느낄 수 있다. 정씨를 구속하면 정권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보일 것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정씨를 불구속하려 할 수도 있다.  실제로 검찰 주변에선 정씨를 불구속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씨를 불구속할  경우엔 조 장관 가족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해온 국민 여론을 거스르는 것이 된다.  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 조국 장관 구속을 촉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수사 압박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런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씨를 불구속하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다짐과 달리  정권 눈치를 봤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검찰로서는 이런 상황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검찰이 정권쪽에서 오는 부담과 국민 여론쪽에서 오는 부담이라는 상반된 정치적 부담 중에서 어느 쪽을 더 무겁게 느끼느냐가 구속 영장 청구 여부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씨가 구속이든 불구속이든  기소돼 재판에 넘겨지면 조 장관의 거취가 또 다시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조 장관이 아직 자신의 혐의는 드러난 게 없다며  장관 사퇴를 거부하고 청와대도 이를 지지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내가 재판에 넘겨졌는데 그 남편인 장관이, 그것도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이 그 자리에 계속 있겠다면 국민의 문재인 정권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조국, 장관직 언제까지 유지할지도 관심

검찰이 정씨를 구속하든 불구속하든 그 다음 관심사는 조국 장관 소환 여부 및 소환할 경우 그 시기다.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으로 볼 때 검찰이 조 장관을 아예 조사도 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조 장관을 소환할 경우 공개 소환할 가능성이 크다. 아내 경경심씨와는 달리 조 장관은 현직 장관이라는 고위 공직자 신분이다.  고위 공직자의 인격권은 일반인들의 인격권보다 제한될 수밖에 없다. 조 장관 개인의 인격권 보호보다 현직 장관의 소환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가 훨씬 더 크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현직 법무부 장관인 조 장관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는다면, 나아가 기소된다면 우리 역사에 남을 일이 될 것이다. 조 장관의 거취 문제는 더욱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국민권익위는 조 장관 아내 정씨가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과 검찰을 지휘하는 조 장관 사이에는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런 마당에 조 장관 본인이 조사를 받고 나아가 기소된다면 이해충돌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아무리 조 장관이 자기에 대한 수사 사황을 보고받지 않겠다고 해도 법무부 장관 직위에 있는 그 자체가 검찰 수사와 공소 유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 장관이 기소될 경우에도 장관직을 고수하려 할지, 청와대가 계속 장관직을 유지하게 할지 관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27일 조 장관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사실관계 규명이나 조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도 검찰의 수사 등 사법 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 절차란 수사, 기소, 재판 절차를 말한다. 재판 절차는 1심, 2심, 3심이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야 모든 사법 절차가 종결된다.  '조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도 사법 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는 문 대통령 말은  조 장관이 기소되는 경우에도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조 장관을 해임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닌가 하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  유죄 판결이 나와야 조 장관의 책임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해석이 맞을 경우 조 장관은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장관직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두고 두고 나라와 국민은 두 쪽으로 갈라져 혼란과 대립에 빠질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설치된 포토 라인. 3일 검찰에 소환된 정경심씨는 이 포토라인을 피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검찰이 당초 공개 소환 방침과 달리 비공개 소환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