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복 기획] 총기 수입·국방색·하이바... 군대에 침투한 일본어

일제 때 용어 헌병→군사경찰로 개정 추진했지만 표류

군사법원과 군검찰을 따로 두는 것도 식민지시대 관행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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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일제 강점기 시대에 유래한 일본식 용어 퇴출·정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 용어가 장병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신병이 지급받은 보급품 등 새것을 '아타라시'라고 하거나 당번병을 의미하는 '따까리', 달리기를 의미하는 '구보', 엑스 밴드의 일본식 발음인 엑스 반도, 섬유(Fiber)로 방탄모를 만들었다고 해 '파이버'를 일본식 발음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하이바 등이 있다.

국방부는 지난 2012년을 '군인다운 언어' 사용의 원년으로 지정하고 '기합(얼차려)', '붐빠이(나눔)', '겐세이(방해)', '이빠이(가득)' 등 100여개의 일제 잔재 용어를 가려내 퇴출 운동을 벌여왔다. 또 서울대에 올바른 군대언어 정착을 위한 '구어(口語)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해 전군에 보급하는 등 일제잔재용어 정화를 위해 힘써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출(지급), 모포(담요), 잠금장치(시건장치)를 비롯해 총기 수입, 국방색, 약진, 포복, 유격, 각개전투, 제식훈련, 관물대 등 많은 일본식 한자어가 사용되고 있다.

군 관계자 역시 "일본식 발음이나 일본군에서 유래된 용어를 섞어 쓰는 것은 의사소통 차원에서도 문제임은 물론, 대한민국 군인 스스로가 우리 군의 정체성을 흔드는 일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고 말했다.

또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병과(兵科) 명칭 개정을 위한 군인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통해 헌병을 군사경찰로 개정한다고 발표했다. 1900년 6월 30일 일본식 모델인 헌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헌병사령부를 설치하면서 생긴 헌병 병과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법제처가 시행령 심사 과정에서 제동을 걸었다. 대통령령인 시행령을 고치기 위해선 군사법원법 등 상위 법률 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예비역 헌병들 사이에서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일본군에서 유래된 참모총장, 사단·연대·대대·중대·소대, 소총, 수류탄, 어뢰, 전투기 등도 함께 개명하라'고 반대 의견을 내면서 올해 1월 안에 입법을 완료할 예정이던 개정안은 표류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군사 법원과 군검찰을 따로 두는 것도 식민지 시대의 잘못된 관행으로 지적됐다. 

군 법무관 출신인 최강욱 변호사는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제국주의 국가에서 파견한 군인이 재판할 수 있게 하려고 도입한 제도인 군사 법원이나 군검찰도 우리 군대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2009년부터 국방부 차원 병영 언어순화 일환으로 일본어 잔재를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성과도 있었다.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해 민간법원에서 항소심 담당하도록하는 군사법원법 일부 개정법률안도 현재 의안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