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남미일주 패키지서 마추픽추 못 봤다면?

여행일정 차질, 여행사에 어디까지 담보책임 물을 수 있을까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소276825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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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2019년에도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는 계속하여 증가하고 있다. 가까운 아시아 지역을 넘어, 미주·유럽까지 그 영역은 계속하여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생의 버킷리스트로서 중남미 여행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한반도를 기준으로 지구 정반대에 있는 남미대륙에 가기 위해서는 몇 번의 경유를 통해야만 갈 수 있음은 물론, 나라간 도시간 이동시간이 크기 때문에 최소 2주 이상의 시간을 잡아야 한다. 휴가를 길게 낼 수 없는 직장인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큰 모험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남미여행에서는 패키지여행의 수요가 높을 수 밖에 없다. 물론 그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주요 스팟의 동선을 짜주고 동행해주는 형태의 세미패키지 또한 수요가 높다.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이용하여 값비싼 패키지 여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보다 안전하고 확실하게 주요스팟을 이동하면서 무사히 여행일정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중남미하면 나라마다 정해진 스팟들이 있다. 브라질의 리우예수상과 이과수폭포, 페루의 마추픽추, 볼리비아의 우유니사막 등이 그것이다. 중남미여행을 위해 3주 이상의 패키지 상품을 선택하였다면, 다른 곳은 몰라도 리우예수상, 마추픽추, 우유니사막 등을 방문하여 인증샷을 찍기를 기대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현지 사정상 중요한 스팟을 방문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어떨까?

2. 사건의 개요

A씨는 지난가을018년 3월 참좋은여행사를 통해 남미일주 관광을 떠나게 되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산사태로 기차서비스가 중단되고, 항공기의 기체결함으로 비행기가 제시간에 오지 않아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되었고, 따라서 예정됐던 페루의 쿠스코와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루를 관광하지 못하게 되었다. 페루의 쿠스코는 바로 고대 잉카도시인 마추픽추(Machu Picchu)를 가기 위한 전초기지이며,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루는 코파카바나 해변과 이파네마 해변으로도 유명하지만, 제일 유명한 것은 바로 예수상(Christo Redentor)이 있는 곳이다.

귀국 후 A씨는 참좋은여행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고, 쿠스코 관광일정과 리오 관광일정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현지 산사태로 인한 기차서비스 중단과 항공기 기체결함에 의한 것이므로) 피고 여행사에게 고의·과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민법 제674조의6에 의하여 무과실의 ‘담보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였다.

3. 여행계약상의 담보책임(민법 제647조의6)

먼저 담보책임이란 유상계약에 있어(특히 매매계약에 있어) 출연의 등가성을 고려하여 권리의 흠결이나 물건의 하자가 있을 때 "권리의 흠결"이나 "물건의 하자"라는 사실 그 자체만을 입증하여, 법이 보장하는 손해배상청구권, 대금감액청구권, 계약해지권, 계약변경권 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와 유사한 채무불이행책임의 경우 채무자의 귀책사유(고의, 과실)와 손해발생에 대한 인과관계라는 어려운 입증을 요구하는 것과 구별된다.

민법은 여행계약에 있어서, 불완전한 여행서비스에 대하여는 여행자가 곧바로 시정조치를 요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여행주최자의 담보책임을 부과하고 있다(제647조의6).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법 제674조의6 【여행주최자의 담보책임】
① 여행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여행자는 여행주최자에게 하자의 시정 또는 대금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그 시정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들거나 그 밖에 시정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는 시정을 청구할 수 없다.
② 제1항의 시정 청구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하여야 한다. 다만, 즉시 시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여행자는 시정 청구, 감액 청구를 갈음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시정 청구, 감액 청구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여행계약은 여행주최자에 의하여 "무형의 용역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유형물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매매와는 그 성격이 구별되고. 오히려 "일의 완성"을 요하는 도급계약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민법 제647조의6은 여행주최자에 관한 특별한 담보책임이라 할 수 있으며, 여행주최자가 여행의 하자에 대하여 귀책사유가 없더라도 담보책임을 부담할 수 있고, 여행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여 담보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여행계약에서의 여행주최자(여행사)의 담보책임은 “여행의 하자”만 존재한다면, 그 고의·과실을 불문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경우에 “여행의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과거 대법원은 "여행의 하자"란, 여행계약이 상정하는 여행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내용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의미하고, “마땅히 갖추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는 1차적으로 계약당사자의 의사, 2차적으로 거래통념에 의하여 결정될 수 밖에 없다(대법원 2000. 1. 18. 선고 98다18506 판결)고 하였다.

4. 이 사건 판결(2018가소2768258)의 태도

이 사건은 소액소송이라 판결문이 간단하게 작성되었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고들은, 피고 여행사가 민법 제674조의6에 의하여 과실이 없다 하더라도 원고들이 여행일정을 일부 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담보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법 제674조의6에 의한 담보책임은 여행계약 자체 내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 책임을 지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예컨대, 여행계약 자체 일정에 그 수행이 어렵거나 애당초 불가능한 일정이 있는 경우 여행사가 위 규정에 의하여 담보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여행일정 자체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는데, 피고 여행사가 예측할 수 없는 현지 사정, 즉 산사태로 인한 기차서비스 중단과 항공기 기체결함으로 인하여 제시간에 비행기가 오지 못하여 발생한 사태에 대한 책임까지 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에게 그 책임 있음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5. 결론 - 판결에 대한 비판점

그러나 남미일주 패키지를 끊는 이유는, 개인 배낭여행으로는 여행설계에 한계에 있고, 따라서 짧은 시간동안 핵심적인 스팟을 찍고 오는 것에 가장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미일주 패키지 관광이 가지는 특수성, 그 중에서도 마추픽추와 예수상을 사진에 담아오는 것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위 판결에서의 "여행의 하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해석은 담보책임이 무과실의 법정책임임을 간과한 해석이다.

귀책사유(고의, 과실)를 요구하는 채무불이행책임이었다면, 불가항력적 요소(산사태나 항공기의 기체 결함 등)를 근거로 책임도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담보책임은 법정책임으로서 "여행의 하자"만 인정되면 되는 것이고, 여행의 하자는 여행계약의 당사자의 의사를 중심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항력적 요소가 개입될 여지는 적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패소후 항소를 제기하였지만 이내 항소를 취하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되었다.

여행계약과 관련된 분쟁에서 여행자(소비자)가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분쟁대상이 지극히 소액이기 때문이다. 남미일주 패키지야 1000만원 이상의 고액이겠지만, 보통의 유럽, 미주 패키지의 경우 200만원 내외이고 현지 기사팁, 선택관광 등을 포함시켜도 300만원 내외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여행자체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대금감액”의 의미를 가지는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도 그 금액은 역시 지극히 소액일 수 밖에 없다.

이 사건의 경우는 애초에 예정된 여행지를 방문하지 못한 것이었지만, 사실 패키지에서의 더 큰 문제는 현지여행사의 횡포에 있다. 부당하게 여행일정을 수정하거나 선택관광과 쇼핑을 강요하는 문제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청구금액은 소액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여행이나 관광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싶어도 소액소송의 구조상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여 적극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여행계약과 관련된 분쟁에 있어서는 패키지 여행팀 내에서 일정숫자 이상이 공동으로 청구인단을 구성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인솔자나 현지가이드의 대처가 적정했는지에 있어서도 다수가 확보한 증거를 활용하고 적극적으로 그날의 그 기간 동안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문제는 한국에 도착하여 일상으로 돌아온 순간 여행지에서 느꼈던 분노는 사라져 버리는 것에 있다.
 

[사진=유인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