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

대법원 2018. 11. 1. 선고 2016도10912 전원합의체 판결 [병역법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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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의 대법원의 견해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위 규정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고, 이에 대다수의 하급심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병역법 위반으로 형사처벌하여 왔다(물론, 일부 하급심에서는 대법원의 견해와 달리 무죄를 선고하는 경우가 계속 있어왔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2018. 6. 28.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 제1항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함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가 다시 문제되었다.

이에 대법원은 지난 2018. 11. 1.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반 형사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로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2. 판결 요지

가. 사건의 경위와 쟁점

이 사건 피고인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입영하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검사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제1심은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였고, 피고인이 항소하였으나 원심은 항소를 기각하였다. 피고인은 불복하여 상고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나.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

헌법 제5조 제2항은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라고 정하고,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정한다. 즉 주권자인 국민은 외적으로부터 국가를 방위하여 국가의 정치적 독립성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헌법적 의무를 부담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이러한 국방의 의무를 실현하기 위하여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함으로써 입영기피를 억제하고 병력구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정이다. 위 조항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벌할 수 없다.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병역법의 목적과 기능, 병역의무의 이행이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서 가지는 위치, 사회적 현실과 시대적 상황의 변화 등은 물론 피고인이 처한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

(1) 헌법상 양심의 자유와 그 제한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정하여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다.

(2)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상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입영 거부 행위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실제 재판에서는 대부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시근로역 편입 대상에 해당하는 1년 6개월 이상 징역형의 실형을 일률적으로 선고하고 있다. 이러한 형사처벌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우리 사회에서 매년 평균 약 600명 내외로 발생하고 있다.

(나) 헌법상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 그리고 국민에게 부여된 국방의 의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국가의 존립이 없으면 기본권 보장의 토대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헌법상 국방의 의무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단지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는 법률에서 병역의무를 정하고 그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방법으로 정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이행을 거부할 뿐이다.

위에서 본 양심적 병역거부의 현황과 함께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국방력, 국민의 높은 안보의식 등에 비추어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한다고 하여 국가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달성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강제하고 그 불이행을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

자유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지만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전제로 할 때에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국민 다수의 동의를 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감수하면서도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존재를 국가가 언제까지나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다.

() 요컨대, 자신의 내면에 형성된 양심을 이유로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따라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면, 이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라.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의 심리와 판단

(1)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심리하여 판단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여야 한다. 신념이 깊다는 것은 그것이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잡은 것으로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한다.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은 그것이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반드시 고정불변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신념은 분명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신념이 진실하다는 것은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2)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예컨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에 대해서는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어떠한지,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실제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그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로지 또는 주로 그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만일 피고인이 개종을 한 것이라면 그 경위와 이유,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등이 주요한 판단요소가 될 것이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과 동일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형으로 복역하는 사례가 반복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적극적인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판단 과정에서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통하여 형성되고, 또한 어떤 형태로든 그 사람의 실제 삶으로 표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 이 사건의 해결

피고인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만13세이던 1997. 11. 16. 침례를 받고 그 신앙에 따라 생활하면서 2003년경 최초 입영통지를 받은 이래 현재까지 신앙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고 있다. 과거 피고인의 아버지는 물론 최근 피고인의 동생도 같은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여 병역법 위반으로 수감되었다. 피고인은 부양해야 할 배우자, 어린 딸과 갓 태어난 아들이 있는 상태에서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거부 의사를 유지하고 있다.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입영거부 행위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으로서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3. 판결의 의의 및 나가며

앞으로 남은 과제는, 헌법과 국제 인권기준에 부합하는 “형평성 있는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는 것일 것이다. 정부는 각계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독일·대만 등 사례를 분석하여 합리적인 대체복무제 도입 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당해 양심적 병역거부가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양심”에 근거한 것인지, “단순히 군대를 기피하고자 하는 양심불량”에 근거한 것인지를 분명하게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양심(마음의 소리)를 판단할 근거나 기준이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지만, 우리 법원, 검찰 등 사법기관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줄 것이라 믿는다.

필자는 21세에 육군 사병으로 입대하여 2년여 복무를 마치고 현역 만기제대 하였다. 필자와 같이 20대 꽃다운 나이에 학업 및 생업을 중단하고 병역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대한민국 남성들이 도리어 비양심자로 몰리지 않도록, 현재도 최선을 다해 군 복무 중인 현역 장병과 예비군 훈련을 받아야 하는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간 존엄성 및 양심의 자유·종교적 신념의 실질적 보장,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 자유민주주의의 대원칙이라는 측면에서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 위 사례와 같은 여호와의 증인 등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수감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신념을 굽히지 않았으므로 그들의 굳건한 신념은 인정받아 마땅해 보인다.

다만 북한의 현실적 위협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국가의 안전보장·국토방위라는 우리 모두에게 부여된 신성한 국방의무가 경시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의 굳건한 인식이 필요하며, 그러한 인식 토대 아래에서 진정한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남광진 변호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