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협상' 국토부 울고 서울교통공사 웃었다

  • 정부-화물연대 2차 협상 시도…40분만에 결렬
  • 원희룡 장관 "협상은 없다" 단호한 입장
  • 서울교통공사 임단협 합의…파업 하루 만에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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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2-01 11:16
수정 : 2022-12-0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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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와 입장 차 큰 화물연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김태영 화수석부위원장(왼쪽)이 지난달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차 교섭이 결렬되자 무표정하게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은 회의실을 나서는 구헌상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관. [사진=연합뉴스]

[아주로앤피]
화물연대와 정부가 2차 협상을 시도했으나 고성이 오간 끝에 협상이 결렬됐다. 반면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1일 임금·단체 협약 협상에 합의했다.
 
총파업 7일째를 맞은 11월 30일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 대표들이 총파업 시작 후 두 번째로 마주 앉았다.
 
양측 모두 협상 진전을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협상 1시간 전 시멘트 운송업체에 대한 현장조사에 직접 나선 원희룡 장관이 강경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원 장관은 “협상이라는 것은 없다”며 용어에서부터 선을 그었다. 국토부는 상황 해결을 위한 대화에 임하는 것일 뿐 협상 당사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화물연대를 향해선 “국토부와의 면담에서 진전이 없어 운송 거부를 한다는 식으로 억지 명분 만들기를 하지 말라”고 날 선 모습을 보였다.
 
결국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대화를 시작한 지 40분 만에 협상 결렬을 맞았다.
 
국토부 대표로 참여한 구헌상 물류정책관은 먼저 회의장을 빠져 나와 “화물연대가 국가 경제와 국민을 볼모로 집단 운송 거부를 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에 조속히 업무에 복귀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태영 화물연대 수석부위원장은 “진정성 있는 협상안을 갖고 나갔으나 협상이 불가하다는 정부측 말에 대화를 더 이상 이어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부위원장은 “(국토부가) 빨리 복귀하라, 국회에서 해결하라는 말만 강조했다”면서 “정부의 업무 개시 명령을 철회하고, 권한 있는 사람이 국회에 나와 대화를 이어가 달라”고 촉구했다.
 
양측은 다음 협상 날짜도 잡지 못했다. 협상 결렬 이후 원 장관은 “이런 식의 대화는 안 하는 것이 낫다”고 사실상 중단을 선언했다.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화물연대를 압박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응해 처음으로 시멘트 분야에 대한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린 지 하루 만에 철강, 컨테이너 등 다른 품목까지 명령을 확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운송 종사자에게 지급되는 유가 보조금도 끊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화물연대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가 반발하는 업무 개시 명령은 가처분 대상이 아니라고도 말했다. 원 장관은 화물연대측에 “가처분 신청하려면 하라”며 “이게 되는지 안 되는지 국민들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국토부는 시멘트를 운송하는 화물차주 445명에겐 운송사 등을 통해 업무 개시 명령서를 보냈고, 이 중 165명에게는 우편으로 명령서 송달을 마친 상태다.
 
대통령실은 ‘안전운임제 전면 재검토’란 초강수 카드를 꺼냈다.

서울 지하철 노사 협상 타결. 30일 자정께 서울교통공사와 양대 노조 간 합의안이 타결됐다. 왼쪽부터 명순필 서울교통공사 노조위원장,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 김철관 교섭 대표위원 [사진=연합뉴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화물연대와 국토부와 달리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합의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노조 총파업이 하루 만에 끝나면서 1일 첫 차부터 정상 운행했다. 
 
공사와 양대 노동조합(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통합노조)으로 구성된 연합 교섭단은 전날 오후 8시께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임단협 본교섭을 재개했다. 연합교섭단이 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협상 결렬을 선언한 지 하루 만이다.
 
노조는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예정대로 11월 30일 오전 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사측이 연합교섭단에 본교섭 속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교섭단이 응하며 자리가 마련됐다.
 
사측은 이 자리에서 새로운 안을 제시했고, 교섭단은 5분 만에 본교섭을 정회하고 실무협상에 돌입했다.
 
교섭은 사측의 새로운 제시안을 3시간 넘게 검토·논의한 끝에 합의안 초안을 마련해 30일 오후 11시 40분 본교섭을 속개했다. 이어 자정을 넘긴 시각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인력감축안에서 양측 간 이견을 좁힌 것이 협상 타결의 결정적 이유가 됐다.
 
사측은 30일 본교섭이 재개되자 그간 양대 노조가 반대해온 '한시적 인력 감축 유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인력 감축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 작년 9월 13일 노사 간 만들어진 특별합의를 근거로 하는 재정 위기 사유 강제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또 노조가 꾸준히 요구해온 안전 관련 인원 충원 요구도 일부 수용했다. 지난해 극심한 재정난으로 동결했던 임금도 작년 총인건비 대비 1.4% 올리는 데 합의했다.
 
노사 협상 타결로 1일 오전 5시 30분 첫차부터 열차는 정상 운행됐다. 단, 코레일과 공동 운영하는 1·3·4호선은 전국철도노조의 준법투쟁으로 인해 지연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단 하루긴 했지만 노사협상 결렬이 파업으로 이어지면서 시민들께 불편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상생하는 노사 관계를 바탕으로 더욱 신뢰 받는 서울 지하철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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