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노무사가 법정에?…법조계 '밥그릇 싸움' 관전법

  • 변호사 인접직역 갈등, 나날이 심각해져
  • 법조인접직역 "업무영역 늘려달라"
  • 변호사 "인접직역 통·폐합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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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13 10:17
수정 : 2022-08-1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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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아주로앤피] 변호사와 법조인접직역 간 ‘밥그릇 싸움’이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법조인접직역이란 공인노무사, 관세사, 법무사, 변리사, 세무사, 행정사 등 법률 사무 중 일부를 취급하는 직종을 지칭한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사들이 "변호사 자격도 없는 '유사 법조인'들이 법정 침탈을 시도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예를 들어 소송 과정이나 법을 잘 모르거나 잘못 아는 '법알못' 노무사들이 주요 경제, 노동, 인사·노무 등 민·형사 사건 재판을 사실상 수임하고 있다는 거다. 반면 이들 법조인접직역은 각 직역에 걸친 변호사의 '문어발'을 잘라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법조인접직역은 변호사와 달리 송무 업무는 할 수 없지만 전문 자격증을 보유하고 해당 영역에서 법률 자문 및 관련 대행 업무를 할 수 있다.
 
이들은 변호사 고유업무인 송무 영역에서 특허소송, 소액소송 등을 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을 제출해 입법 추진 중이며, 세무사 등도 변호사를 자신의 분야에서 제외하려고 고군분투하는 등 법조계에 치열한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실제로 국회에는 법조인접직역에 변호사 업무영역을 허용하는 법률 개정안이 다수 계류돼 있다.
 
이에 맞서는 변호사 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유사직역을 없애고 변호사 제도로 일원화하는 것이 현재 ‘로스쿨 체제’에 맞다”며 “변호사들이 법무사, 세무사 등의 업무도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변호사 수는 급격히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시장 성장은 정체돼 있으니 이들의 직무에도 변호사가 진출해야 한다는 취지다.
 
아주로앤피가 변호사와 각 법조인접직역 간 갈등을 살펴봤다.

◆변호사 vs 공인노무사
공인노무사 제도는 노동 분야의 전문적인 법률, 경영, 경제 지식 서비스의 수요에 대응하여 탄생한 제도다.
 
1980년대 급증하는 노동 관련 법률 서비스의 충족을 위해 일본의 사회보험노무사를 참조해 도입됐다.
 
민·형사 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변호사와는 달리 노동법률, 경영자문, 인사노무, 4대보험, 정부지원금, 컨설팅, 경영학술용역 등 여러 분야에서 노동 관련 지식 서비스를 제공한다(공인노무사법 제2조).
 

그러나 노무사들의 '법정 진입' 시도는 좌절되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2012~2016)에서 노동관계 행정소송의 대리권을 공인노무사에게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었다가 폐기된 바 있다.
 
하지만 노무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공인노무사회는 공인노무사의 노동사건 소송대리권 획득을 위해 권력층을 향해 끈질긴 로비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법조계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노무사들이 '소송 전문가'인 변호사들의 실력을 따라올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들이 다수인 관련 국회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과 관계자 모두 부정적인 입장이다. 노무사들이 법을 개정해 소송대리권을 얻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만에 하나 소송대리권을 얻는 법 개정이 이뤄지더라도 검찰이 가만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검사 옷을 벗고 검찰을 나온 뒤 결국 변호사가 되는 검찰의 속성 상, 노무사 이익단체의 대국회·정치권 로비를 전방위적으로 수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공인노무사회 박사영 수석부회장은 14일 오전 아주로앤피에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보내 "국회에서 현재 입법이 진행 중에 있다. (노무사회를) 밀어주는 분들이 있다"면서 국회와 정치권을 상대로 활발한 물밑 로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특히 '열등감' 운운하며 "변호사들의 입장만 대변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박 부회장은, "구체적인 자료를 보내달라"는 요청에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5월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변호사 vs 법무사
법무사란 다른 사람의 위임을 받아 법원 또는 검찰청에 제출할 서류 작성, 등기·공탁사건 신청 대리, 경매·공매사건 매수·입찰 신청의 대리, 개인파산·회생사건 신청의 대리를 수행하는 직종을 말한다(법무사법 제2조 제1항).).
 
조선총독부의 조선사법서사령시행규칙에 의해 사법서사 제도가 시행되었다가 후에 사법서사법으로 법률 명칭이 바뀌었다.
 
그리고 지난 1990년 1월 제정된 법무사법에 따라 법무사로 개칭된 바 있다.
 
법무사업계의 경우 법무사도 소액사건의 소송대리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어서, 소송대리권의 독점을 주장하는 변호사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제19대 국회에서 그와 같은 내용의 소액사건심판법 개정안 등이 발의되었다가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으나, 제21대 국회에서도 다시 법안이 발의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법무사와 같은 직역인 사법서사에게 소액사건 중 일정 액수에 한하여 소송대리권을 인정하고 있다.
 
영국의 법무사 격인 솔리시터(solicitor)도 마찬가지이다.
 
◆변호사 vs 세무사
세무사란 납세자의 위임을 받아 조세에 대한 신고, 신청, 청구를 대리와 상담을 수행하는 직종을 말한다(세무사법 제2조).
 
근대 이후 국가의 재정이 조세에 크게 의존하게 됨에 따라, 조세부담의 합리적 배분과 능력부담의 원칙에 따른 소득 재분배의 기능 및 원활한 납세의무이행 등의 사회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도입됐다.
 
변호사와 세무사 간 갈등은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이전에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았고 세무사로 등록도 가능했다.
 
그러나 2004년부터 세무사법이 개정돼 세무사 시험을 치르지 않고 자동으로 자격을 부여받은 변호사들은 등록할 수 없어 세무 대리 업무를 하지 못하게 됐다.
 
또 지난 2018년부터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도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받지 못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잇따른 입지 축소에 변호사들은 “세무사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헌법재판소는 2018년 4월 '세무사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취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바 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는 “2019년 12월까지 관련 법을 고치라”고 주문했지만, 진통 끝에 세무사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그후 변호사와 세무사 간 입법 전쟁이 계속됐지만 지난 2021년 11월 9일 결국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되, 장부작성 대리와 성실신고 확인 등 2가지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됐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측은 “위헌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다면 위헌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한국세무사회는 "헌법재판소 역시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는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시험에 합격한 세무사와 차등을 둬 업무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문에서 밝힌 바 있다“며 ”변호사업계는 로스쿨, 변협 등에서 세무회계 교육을 하니 전문성이 보장된다고 주장하지만 변호사시험이나 사법시험에는 회계 과목이 전혀 없다“며 맞서고 있다.
 
◆변호사 vs 행정사
행정사란 다른 사람의 위임을 받아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의 작성 및 제출대행, 권리의무나 사실증명서에 관한 서류의 작성, 행정관계법령 및 행정에 관한 상담 또는 자문, 사실조사 및 확인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을 말한다(행정사법 제2조,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행정사 제도는 지난 1961년 9월 제정된 행정서사법에 근거해 도입됐다. 그후 지난 2011년 3월 행정사법으로 개정되어 현재까지 시행 중이다.
 
행정사의 경우 국회에서 아직 법안이 발의되지는 않은 상태지만, 지난 2017년부터 행정당국이 행정사에게도 행정심판 대리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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