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전문기자의 이슈 톺아보기] 갭투자 강의한 현직교사…'재능기부'라도 문제됩니다

  • 부동산 투기 조장 의심되는 외부 강의
  • 비영리 업무도 공무원 겸직 허가 대상
  • 경찰 수사 결과따라 파면·해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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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8 03:00
수정 : 2021-04-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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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울산교육청. [사진=아주경제 DB]


울산광역시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 A씨(43)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갭투자 4년 만에 벤츠로 갈아탔어요"라며 자랑했다. 갭투자란 집값과 전셋값의 차이(갭·gap)가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한 뒤 집값이 오르면 팔아서 시세차익을 남기는 투자 방법이다.

A씨는 같은 유튜브 채널에서 "올해 매도를 많이 하게 되면서 수익이 좀 났는데 5건 매도해서 세후 5억8000만원 정도 수익을 올렸다"며 "올해 이후 6억~7억원 정도 더 나오고, 조금 더 있다 매도한다면 그 이상일 것 같다"며 투자 성공담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 영상은 지난해 12월 26일 게시돼 1만1421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A씨는 부동산 투기 조장이 의심되는 외부 강의를 계속해서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A씨는 지난 1월부터 2월 사이에 부동산 온라인 강의 전문 B플랫폼에서 수강생 1000여명을 대상으로 1인당 25만원을 받고 '갭투자로 월세 부자 되는 법'이란 주제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이 플랫폼은 부동산 경매 '1타 강사'로 돈을 벌다 적발돼 파면당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 강의했던 곳이기도 하다. A씨의 부동산 경매 비법을 담은 전자책을 판매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올해 초 경쟁 부동산 플랫폼에서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해 A씨가 출연한 영상들이 논란이 되자, 울산시교육청은 감사에 돌입했다. 그 과정에서 A씨는 교육당국의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무 관련성 있는 기업투자 '원칙적 금지'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가공무원법 제64조는 공무원이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또 직무와 관련이 있는 타 기업에 대한 투자나 그 밖에 재산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업무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에 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5조는 공무원의 직무 능력을 떨어뜨리거나 공무에 부당한 영향을 끼친 경우, 국가 이익에 상반되는 이익을 취득하거나 정부에 불명예스러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경우에는 해당 겸직 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런 내용의 현행법을 위반한 공무원은 국가공무원법 제78조에 따라 징계처분을 받게 된다. 실제 지난달 22일 국립발레단 한 단원이 사설학원에서 특강을 한 사실이 적발돼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다만 이 규정에 저촉되지 않고, 소속 기관장에게서 영리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미리 허가를 받았다면 겸직이 가능하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6조에 따른 것이다.

A씨는 이런 의혹을 두고 "재능기부로 이뤄진 강의라 문제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능기부 차원에서 돈을 받지 않고 겸직 활동을 한 것이라는 취지다. 재능기부란 개인의 재주와 능력을 대가 없이 내놓는 일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재능기부 서약서를 행정당국에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B플랫폼 측에서도 "(A씨가) 재능기부 약정서를 쓰고 무료로 강의했다"며 A씨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영리업무도 공무원 겸직 허가 대상

그렇다면 A씨 주장대로 대가를 받지 않고 강의를 한 것이라면 교육당국 허가가 필요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무원의 겸직 허가 대상에는 현행법상 영리 업무뿐 아니라 비영리 활동도 포함된다. 소속 공무원의 겸직 업무가 국가공무원으로서 부당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거나 사회 통념상 적정한지를 검토하기 위한 목적이다. 같은 이유로 공무원이 계속해서 해당 업무를 수행하려면 1년 단위로 소속 기관장에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공무원이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개인 방송을 하려면 '공무원의 인터넷 개인방송 활동 지침'에 따라야 한다. 해당 지침은 공무원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거나, 다른 채널에 강의 활동을 하는 경우 기관장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울산시교육청은 "A씨가 부동산 유료 사이트에서 활동한 것으로, 금품수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교육청 자체 감사에서도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금품수수 여부가 확인되면 해임이나 파면 등 중징계 조처가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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