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실수로 투표 못해... 국가가 손해 배상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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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4-16 11:23
수정 : 2020-04-1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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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국민이 가진 최고의 권력은 투표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들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헌법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공직선거법은 국가한테 만 18세 이상의 모든 국민을 선거인명부에 올린 다음 이들이 선거권을 행사하는데 제한을 받지 않도록 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만약 선거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 공무원의 잘못 때문에 국민이 투표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투표를 하지 못한 국민은 국가로부터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지난 2014년 6월 4일 A씨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투표하기 위해 자신이 사는 집 근처 투표소에 들어섰으나 기표소 안까지 들어가지 못했다. 투표소에서 유권자의 신분 확인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A씨를 공직선거법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유죄 판결을 받으면 선거권이 박탈된다. 그러나 실제로 A씨가 받은 유죄 판결은 사문서위조죄 및 지방교육자치법위반죄였다.

투표를 하지 못한 A씨는 같은 해 대전지방법원에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국가배상법은 공무원이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나 과실로 위법한 행위를 저질러 다른 사람한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국가가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담당 재판부는 “수형인명부 기재 업무를 담당하는 검찰청 수형계 공무원은 관련 법률에 따라 수형인의 재판 진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이를 전산에 입력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고 전제한 뒤 “만일 수형인 명부를 잘못 입력할 경우에는 그와 같은 사실이 수형인의 등록기준지를 관할하는 구청에 송부되어 수형인들의 선거권이 제한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담당 재판부는 “A씨가 담당 공무원의 직무상 과실로 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못해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되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국가는 A씨에게 손해배상액으로 2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지난 2015년 8월 21일 내렸다.

선거를 담당한 공무원이 신분증명서와 투표시간을 사전에 정확히 숙지하지 못한 관계로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못해 국가가 손해배상금을 물어준 사례도 있다.

B씨 역시 지난 2014년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 때문에 대구 서구의 한 투표소를 찾아가 담당 공무원에게 시정모니터 신분증을 제시했다. B씨가 제시한 시정모니터 신분증에는 대구시장이 발급한 것인데다가 B씨의 이름, 주소 생년월일, 유효기간과 사진이 기재돼 있었다. 때문에 시정모니터 신분증은 공직선거법과 공직선거관리규칙에서 정한 신분증명서에 포함된다.

그런데 담당공무원이 “이 신분증을 신분증명서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선관위에 문의 하겠다”며 B씨를 막아섰다. 그 사이 오후 6시가 지났고 B씨는 투표가 마감되었다는 이유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그 다음해 B씨는 “담당 공무원이 맡은 직무에 관한 규정을 숙지하지 않아 투표를 못했기 때문에, 국가가 그로인한 피해를 배상하라”며 대구지방법원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이 사건은 항소심을 거친 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 민사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시정 모니터 신분증은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신분증명서에 포함 된다”고 전제한 다음 “공무원이 투표시간, 신분증명서 등 관련 규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해 B씨의 선거권을 침해한 과실이 있다”고 지난 2016년 4월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은 “B씨는 투표소 마감 시간 전에 도착했다. 따라서 공무원은 오후 6시 이후에 B씨의 신분 확인이 되더라도 투표할 수 있게 한 후에 투표소를 닫아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가 투표를 하지 못해 선거권이 침해돼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정부는 A씨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배상액을 30만원으로 정했다. B씨가 대구시로부터 해명과 사과를 받은 점을 고려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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