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메르스사태 국가의 부실대응에 대해 책임청구 가능할까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3279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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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호 변호사
입력 : 2020-04-18 09:00
수정 : 2022-05-3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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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최근 우한폐렴 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에 따라 다수의 감염자 및 사망자들이 발생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대응과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있는데, 그 중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이다. 만약 부실한 대응이 인정된다면, 그로인한 코로나 감염에 대하여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책임(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2015년경의 메르스 사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하여 다양한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되었고, 다수의 사건에서 그 책임이 인정된 바 있다. 오늘 살펴볼 판례는 비교적 최근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2. 18. 선고 2016가합532797 판결이다.


2. 메르스의 개요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MERS-CoV)에 의한 급성호흡기 감염으로 중동지역 아라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2012. 4.경부터 출현한 신종 감염병이다. 유럽질병통제청의 통계결과(2015. 5. 21.자)에 따르면, 2012. 4.경부터 2015. 5. 21.경까지 총 24개 국가(중동지역 10개국, 유럽 8개국, 아프리카 2개국, 아시아 3개국, 아메리카 1개국)에서 1,158명의 환자가 발생하여 그 중 471명이 사망하였고, 주된 발병국은 사우디아라비아(1,002명), 아랍에미리트(76명), 카타르(12명), 요르단(19명) 등 중동지역 국가들이다.

명확한 감염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내 단봉낙타 접촉에 의한 감염전과가 보고되고 있으며, 사람 간 밀접접촉에 의한 비말감염이 주요 감염경로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환자는 중증급성하기도질환(폐렴) 증상으로 발열을 동반한 기침, 호흡 곤란, 숨가쁨, 가래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일부는 증상이 없거나 경한 상기도질환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주증상 외에도 두통, 오한, 인후통, 콧물, 근육통뿐만 아니라 식욕부진, 오심, 구토, 복통, 설사 등 소화기 증상도 나타낼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 중 많게는 50% 가량에서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하고, 40~70%에서는 호흡부전으로 인해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하며, 신부전 등 다른 장기의 부전도 동반될 수 있다.

메르스는 감기와 비슷하지만 조기치료가 지연될 경우 호흡부전, 패혈성 쇼크, 다발성 장기부전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급성신부전을 동반하는 사례가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와 면역기능 저하자의 감염 확률이 높고 예후도 불량하다. 잠복기는 5일(최소 2일에서 최대 14일)이며, 치명률(특정 질환을 이환한 환자 중에서 사망한 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은 약 40%이다.

현재가지 메르스 감염 예방을 위한 백신이 없고,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도 개발되지 않아 감염환자에 대하여는 대중적 치료를 할 수 밖에 없으며, 중증인 경우 인공호흡기, 투석 치료 등을 시행한다.


3. 사건의 개요

망인은 2015. 5. 27. 13:39경 숨이 차고(호흡곤란), 발열 증상을 보여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내원하게 되었는데, 폐렴으로 추정진단되어 위 응급실에서 항생제 처방을 받으면서 대기하다가 5. 29. 일시 귀가하였다.

망인은 6. 1.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하여 전신 CT, PET, 골수 검사 등을 시행받았는데, 그 결과 좌측 등 부위와 서혜부, 우측 하지 부분에 림프종 침범이 확인되었다. 또한 발열과 함께 자가면역성 용혈성 빈혈(AIHA; autoimmune hemolytic anemia), 황달, 비장비대 등이 확인되었다. 이에 병원 의료진은 폐렴과 함께 말초 T세포 림프종의 재발을 의심하고 6. 1.부터 6. 3.까지 응급처치로서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처방하였다.

망인은 6. 2. 오전부터 6. 4. 17:00경까지는 열이 없는 상태가 유지되는 등 증상이 호전되었다가, 6. 4. 21:00경 이후 다시 발열이 시작되어 다음 날인 6. 5.부터는 38도씨(℃) 전후의 고열이 측정되었다. 이에 병원 의료진은 망인에 대해 메르스 유전자검사(PCR; polymerase chain reaction)를 시행하였고, 6. 6. 메르스 양성반응을 확인하였으며, 6. 7. 망인에 대해 메르스 확진 판정을 하였다.

망인은 7. 3.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되어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음압격리실)에 입원하였고,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발열성 호중구 감소증에 대한 처치를 하면서 호중구가 회복될 때까지 경과 관찰을 지속하였다. 망인은 9. 2.부터는 발열이 없고, 전반적인 상태가 호전되었다. 망인에 대한 9. 30.자 및 10. 1.자 메르스 검사(PCR) 결과 두 번 연속 음성으로 확인되자, 질병관리본부는 10. 2. 망인에 대해 격리해제 결정을 하였고, 이에 따라 망인은 10. 3. 퇴원하였다.

망인은 10. 11. 발열, 구토 등을 호소하며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내원하였는데, 메르스 의심 증상으로 다시 서울대병원 음압격리실로 전원(입원)되었고, 10. 12. 시행된 메르스 검사(PCR) 결과 양성으로 판정되었다.

그런데 이후부터 망인에 대해 시행한 메르스 검사(PCR) 결과는 다음과 같이 양성과 음성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또한 발열 등의 증상도 지속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11. 22.부터 호흡곤란이 발생하였다. 이에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11. 22. 저녁 무렵 망인에 대해 흉부 CT 검사를 시행하였는데, 그 결과 양측 폐야에 폐렴이 새로 발생한 소견을 보였다. 또한 CT 영상에서 보이는 폐침윤의 양상은 바이러스 감염, 세균감염, 출혈, 부종, 림프종의 악호, 폐포자충 감염, 약물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폐장염을 시사하는 소견이었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11. 23. 망인에 대해 기도삽관 후 인공호흡기 치료를 하였다. 이후 망인은 혈압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등 경과가 급격히 악화되어 11. 25. 03:00경 사망하였다(직접사인은 폐렴, 중간사인은 악성림프종).


4. 이 사건 법원의 판단(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32797 판결)

(1) 피고 대한민국에게 과실이 인정되는지 여부

피고 대한민국 및 그 산하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에 관한 방역 등에 관한 행정권한 행사는 관계 법률의 규정 형식상 그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할 것이므로, 메르스에 관한 방역 등에 관한 피고 또는 그 산하 질병관리본부의 판단을 위법하다고 평가하기 위하여는 관련 법령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피고 또는 그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그 권한을 행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14932 판결, 대법원 2002. 2. 22. 선고 2001다23447 판결, 대법원 2016. 8. 25. 선고 2014다225083 판결 등 참조).

의심환자 신고에 따른 진단검사를 지연한 과실 - 질병관리본부의 공무원들이 1번 환자에 대한 메르스 의심환자 신고를 받고서도 지체 없이 진단 검사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진단검사를 거절·지연한 것은 감염병에 관한 방역 등에 관한 행정권한 행사의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판단된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한 과실 - 질병관리본부의 공무원들이 평택성모병원의 1번 환자 접촉자를 의료진 및 1번 환자와 같은 병실(2인실)을 사용한 사람들로만 결정하고 다른 밀착접촉자나 일상적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감염병에 관한 방역 등에 관한 행정권한 행사의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메르스 대응지침 제정과정에서 잘못한 과실이 있다는 주장의 경우, 이는 실제로 메르스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고위험군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불필요한 관리조치를 최소화하면서 제한된 인적·물적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러한 접촉자 범위 설정 및 관리조치 방식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대한민국이 병원명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거부하여 대응을 부실하게 한 과실이 있다는 주장의 경우, 전문가들과의 회의를 거쳐 6. 5.에 평택성모병원을 공개한 후, 6. 7.에야 나머지 24개 병원 전체를 공개한 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거나, 경험칙이나 논리칙상 도저히 합리성을 긍정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망인의 시체를 처리방법에 관하여 망인과 유족들인 원고들의 시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법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감염병의 차단과 확산 방지를 위한 것으로서 감염병으로부터 일반 공중과 유족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유족들인 원고들도 이러한 피고 대한민국의 조치를 양해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인과관계

위 과실(1번 환자에 대한 진단검사 지연, 부실한 역학조사)과 망인의 ‘메르스 감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위 사실들 만으로 위 과실(1번 환자에 대한 진단검사 지연, 부실한 역학조사)과 망인의 ‘사망’ 간에도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망인은 메르스에 감염되었지만 삼성서울병원 및 서울대병원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로 인해 메르스 관련 증상이 소실된 점, 망인의 메르스 감염은 항암화학요법을 진행하는 데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나 그 구제 항암화학요법(Salvage chemotherapy)이 시작된 시점은 재발된 악성림프종의 예후에 영향을 줄 만큼 지연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망인은 기저질환인 악성림프종의 악화로 사망한 것으로 봄이 타당한 점(직접사인 폐렴, 중간사인 악성림프종) 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3) 위자료

결국 피고 대한민국 소속 공문원들의 과실로 인하여 망인이 메르스에 ‘감염’되었으므로, 피고 대한민국은 망인과 원고들에게 메르스 감염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

피고가 배상할 위자료는 망인의 메르스 감염의 경위, 피고의 과실 내용과 정도, 망인이 메르스에 감염되면서 림프종 치료를 계획하는 데 차질이 발생한 점, 망인이 메르스 감염을 이유로 격리치료받음으로 인해 원고들이 망인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점,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면, 망인에게는 1,000만원, 망인의 배우자에게는 600만원, 망인의 아들에게는 400만원이 각 인정되었다(*망인의 위자료는 배우자 및 아들에게 각 상속되어 인정되었다).


5. 결론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① 국가의 초기 부실대응과 관련하여 ⓐ 의심환자 신고에 따른 진단검사를 지연한 과실 및 ⓑ 최초 평택성모병원에서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한 과실을 인정하면서, ② 그 ‘과실’과 ‘감염’ 사이에 인과관계는 인정하였으나, 그로 인한 ‘사망’에 대해서는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아니하였고, ③ 정신적 손해(위자료)에 대해서만 인정을 하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2020년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하여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국민은 원칙적으로 국가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고려할 수 있다. 다만, 그로 인해 ‘사망’까지 한 경우, ‘치료’된 경우, ‘후유증’이 남은 경우 등에 따라 그 위자료는 달라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메르스 사태를 기준으로 그와 동일·유사한 수준의 국가의 과실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유인호 변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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