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철거현장 인권침해 여전

  • 경비업체 직원들의 물리력 행사 감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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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6-21 07:00
수정 : 2019-06-2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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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용두6구역 철거현장을 찾았다.

도시정비법에 따라 시행되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주택과 상가에 대한 철거를 동반한다. 재개발·재건축은 사업구역 내 모든 주택과 상가를 철거하고 아파트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세입자 등은 철거에 앞서 이주를 해야 한다. 이주절차가 원만히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인도집행으로 이어진다. ‘인도집행’이란 사업시행자의 요구에 세입자 등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사업시행자가 공권력을 통해 세입자를 강제퇴거 시키는 절차다.

이번 용두6구역 인도집행 현장에는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 변호사 자격으로 참여했다. 서울시·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7년 4월 인권침해를 줄이고자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을 발족해 인도집행 현장에서의 인권침해 및 위법 발생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인권지킴이단은 인권담당관 1명, 서울시청 직원 1명, 구청 직원 1명,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 1명으로 구성된 4인 1조로 활동한다.

부동산 인도 및 철거 작업은 민사집행법에 따라 진행된다. 집행과정에선 집행관 측의 집행인력과 사업자 측의 용역직원이 뒤섞여 물리력이 발생하는 상황이 잦다.

2017년 7월 실시된 마포로6도시환경정비구역의 인도집행 당시 채권자 측에서 고용한 정비업체가 집행관이 집행장소를 모니터링 할 수 없도록 집행 대상 건물의 셔터를 반쯤 내리고 인권지킴이단의 출입을 막은 상태로 채무자와 그의 딸을 강제로 끌고 나왔다.

경비업체 직원들이 인도집행 과정에서 직접 전기, 가스를 차단하려고 시도하거나, 집행 대상 물건 운반에 참여한 일도 있다.

또 여성 경비업체 인력 4명이 집 밖으로 나온 채무자의 팔, 다리를 붙잡고 끌어내고, 채무자를 둘러싸서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한 사례도 있다.

모두 경비업체 직원들이 직접 인도집행 과정에 개입해 물리력을 행사한 사례들이다.

경비업법은 “경비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문언과 달리 실제 현장에선 용역직원 다수가 인도집행을 직접 수행하거나, 심지어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

집행은 집행관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사업시행자가 고용한 용역직원은 집행에 참여할 어떤 법적 권한도 없는 만큼, 용역직원의 인도집행은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인권지킴이단 활동을 하던 필자도 경비원의 물리력 행사에 길바닥에 넘어진 경험이 있다.

우리는 2009년 서울시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인도집행 현장에 더 이상 인권지킴이단이 필요하지 않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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