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끝없는 추락...법정다툼 본격화

  • 검찰 수사 착수…환자·소액주주들 집단소송 추진
  • 식약처, 美실사 거쳐 이달말 행정처분 수위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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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09 15:13
수정 : 2019-05-0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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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4번째 자식’이라며 애착을 보였던 유전자신약 ‘인보사 케이주’가 추락하고 있다. 인보사 주성분 변경과 고의적 은폐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환자들과 소액주주들은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정부는 오는 20일께 미국 현지 실사를 벌여 성분이 뒤바뀐 배경을 확인한 뒤 관련 조처를 할 방침이다.

◆검찰, 가습기살균제 수사부서에 인보사 사건 배당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고발한 인보사 사건을 최근 형사2부(부장검사 권순정)에 배당했다. 형사2부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맡고 있는 식품‧의료범죄 전담부서다.

소비자주권은 지난달 30일 인보사 제조·판매업체인 코오롱생명과학과 이 회사 이우석 대표이사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인보사를 허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이의경 식약처장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인보사는 일반 사람 연골세포(1액)와 유전자 조작이 된 사람 연골세포(2액)를 섞어 무릎에 주사하는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액 성분이 ‘연골유래세포’라며 식약처 허가를 받았지만 실제론 ‘신장유래세포(239세포)’를 2액 원료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신장세포는 종양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웅열 당시 코오롱그룹 회장이 2017년 4월 5일 코오롱생명과학 충북 충주공장을 찾아 '인보사' 생일인 '981103'을 칠판에 적은 뒤 개발 과정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아주경제 DB]

인보사는 2017년 7월 국내 1호이자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신약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이 전 회장이 19년간 1100억원을 쏟아부어 개발해 ‘이웅열 19년 뚝심’ 결과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전 회장도 “인생 3분의 1을 인보사 개발에 투자했다. 인보사는 내 4번째 자식이다”라고 할 정도로 제품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다 올 3월 미국에서 제3상 임상시험을 하던 중 인보사 2액에 무허가 성분인 사람세포가 들어있는 것이 확인됐다.

코오롱생명과학 미국 자회사이자 인보사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3일 공시에서 이미 2년 전에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모회사도 알았다고 밝혔다. 위탁생산업체인 미국 론자가 2017년 3월 자체 검사 뒤 ‘인보사 성분은 신장세포’라는 결과를 코오롱생명과학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물론 환자와 투자자 모두를 속인 셈이다.

검찰은 코오롱 측이 주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알고도 고의로 숨겼는지, 관련된 의사 결정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을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이 지난 4월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판매중지 관련 기자간담회'에 앞서 고개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환자·소액주주 집단소송 움직임도 잇따라

코오롱생명과학과 티슈진을 믿고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주주들은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제일합동법률사무소는 코오롱티슈진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을 대리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소송 참가자들을 모으기 위해 지난 5일 만든 인터넷 카페에는 지금까지 200여명이 가입했다. 제일 측은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한 소송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한누리도 오는 24일까지 티슈진의 인보사 관련 허위공시로 금전적인 피해를 본 주주들을 모아 이달 중으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법무법인 한결은 8일부터 코오롱생명과학 투자자들을 대리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다. 김광중 한결 변호사는 “코오롱생명과학 투자자들의 피해 회복 방안을 검토한 결과 손해배상 소송이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그간 인보사 관련 문제를 숨겨왔고 이를 알지 못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수해 손해를 입은 만큼 회사에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환자들도 집단소송에 나선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실제 인보사를 처방받아 투약한 환자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인단을 모집 중이다. 환자 1인당 청구금액은 약값과 정신적 손해·추가피해 배상금이다. 인보사 약값은 1회 투여당 700만원가량이다.

엄태섭 오킴스 변호사는 “9일 정오까지 환자 150여명이 소송 참가 의사를 밝혔는데 고령 환자가 대다수“라고 전하며 “추가로 소송인단을 모집한 뒤 이달 말에 집단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와 환자·주주 집단소송은 이르면 이달 말에 나오는 식약처 조사 결과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식약처는 오는 20일께 미국으로 건너가 티슈진을 비롯해 인보사 제조용 세포주를 만드는 우시, 세포은행 보관소인 피셔 등에 대한 현지 실사를 벌인다. 

현지 실사는 코오롱 측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데 집중한다. 코오롱은 세포 명칭이 ‘연골세포’에서 ‘293세포’로 바뀌었을 뿐 초기 개발 단계부터 임상 3상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성분을 사용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자체 검사와 미국 실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달 말 인보사 허가 취소나 행정처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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