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이슈와 논점 제1863호 경부고속도로 및 경부간선도로 지하도로 사업(도로 입체화)에 따른 영향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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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10 08:32:32
수정 : 2021-08-10 08:33:57
제387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 심의안건요지.hwp

1. 들어가며

최근 경부고속도로의 수도권 내 구간 중 일부에 지하도로를 신설하여 경부고속도로를 입체화하려 는 구상이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검토되고 있다. 이 구상은 경부고속도로 구간 중 ‘동탄∼양재IC 구간’(약 30km)의 지하에 고속도로를 추가 건설하여 기존의 (지상)도로와 지하도로를 입체적으로 활용 하겠다는 계획인데, 조만간 고시될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경부고속도로의 입체화는 단순히 특정 노선의 신설 사업일 뿐 아니라 이 도로에 연결되는 경부간선 도로의 지하화 사업과 연계되어 도로의 입체화(도로의 입체적 활용)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의 경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은 경부고 속도로 지하도로 구간에 연결되는 경부간선도로의 ‘청계산입구역(양재IC 부근)∼한남IC 구간’(약 7km) 을 지하화하고, 지상의 공간을 도로가 아닌 다른 용 도로 활용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2021년 추가경정예산(안)에 관련 연구 용역의 예산을 포함 시켜 구체적 사업 검토를 추진하는 등 관련 사업들 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경부간선도로는 지하화된 도로의 상부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에서 경부고속도로 지하도로 사업과 차이가 있을 뿐 도로의 지하와 지상을 입체적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동일한 성격을 갖는다.

경부고속도로의 지하도로 건설 및 경부간선도로 지하화와 같은 도로 입체화 사업은 단순히 도로망의 기능 변화일 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토지이용 체계나 환경·에너지 측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도로 입체화로 인해 부각되는 여러 사회·경제적 과제 중 현행 법령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쟁점들이 포함되어 있어 입법적 논의가 요구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하에 건설되는 도로망의 설계·안전 기준의 마련 필요성이나 지하도로가 사유지를 통과할 때 해당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과 지 하의 공적 사용 사이의 제도적 정비 필요성 등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도로의 입체적 활용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와 더 불어 여러 정책적 쟁점들을 짚어보고, 이 사업을 기 점으로 앞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는 도로의 입체화와 관련된 쟁점과 법·제도적 개선과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경부축 도로 입체화의 기대효과와 쟁점

(1) 기대효과

경부고속도로의 하부에 지하 고속도로가 신설되면 도로 용량의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재 경부고속도로 상습 정체구역인 동탄∼양재 구간의 용량을 늘려 교통 소통의 원활화와 도로 정체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도로의 입체적 확장은 지상의 활용에 따라 도로 용량 증대 이외의 여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공공사업의 실현을 위한 용지 확보가 어려운 현재의 서울과 수도권에서 추가적인 대규모 토지의 확보 없이 신규 도로의 건설이 가능하게 된다는 점이다. 또한 공공사업에 필요한 토지의 매수나 수용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토지보상비가 절 감됨에 따라 사업 추진을 위한 정부의 재정적 부담이 줄어들고, 사업 대상의 토지가 거주지이거나 주요 생활 거점인 사람들이 원치않는 이주나 영업거점을 이전하는 등의 불편이 발생하지 않는다.

한편, 서울 경부간선도로 사업과 같이 도로는 지 하에 건설하되 지상부분 토지를 도로가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도로 용량의 증대 효과는 없겠지만 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매연 등 이 지하에서 처리됨에 따라 지상에서 생활하는 시민의 일상이 보다 쾌적하고 안전할 수 있다. 더불어 지상에 새롭게 조성되는 토지에는 주택이나 여러 기초생활인프라를 추가로 공급할 수 있게 되어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특히 최근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한 주택 공급 의 필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추가적인 택지의 조성 도 고려될 수 있는 등 토지이용의 효율성이 향상될 수 있다.

즉, 신규 조성되는 지상 구간을 도로는 물론이고, 주거나 상업용 토지로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인구의 유입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모색하는 등 다양한 토지이용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도로의 입체화는 교통 측면의 필요성 외에도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여러 장점이 있다.

(2) 쟁점 및 고려사항

도로의 입체화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다 양하지만, 사전에 검토되어야 할 쟁점과 고려되어 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첫째, 도로의 입체화를 포함한 도시에서 실현되는 입체적 개발은 해당 토지의 이용효율성과 편의 성을 높이는 만큼 주변 토지나 주택의 가격을 상승 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사회적 논란이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도로의 입체화를 통한 지가 상승을 비롯한 경제적·사회적 이익을 특정 지역 주민이나 업체 가 독점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개발이익의 환수 등의 제도를 정비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둘째, 지하도로 건설을 통한 경부고속도로의 용 량 증대는 서울(강남지역 등)과 경부축 주변 대도시 (성남·수원·용인 등) 사이의 통행 편의를 개선시키게 됨에 따라 이미 잘 정비된 수도권 핵심 지역의 정 주 환경이 더욱 개선되어 결국 수도권 동남부 지역 의 인구 집중을 심화시킬 수 있게 된다.이는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과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국가균형발 전 정책의 효과를 저해할 수 있다. 따라서 도로 건설 효과가 특정 지역에 한정되지 않도록 관련 계획 수립 과정에서 체계적인 도로망 설계와 지역별 효과 분포를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지하 고속도로 건설로 인한 교통량 증가는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정책 목표와 상충될 수 있다. 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에서 2050 탄소중립이 천명되고, ‘2030 국가온실 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의 정부안을 수립하는 등 관련 정책이 활 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경부고속도로의 입체 화는 해당 교통축의 승용차 등의 교통량 증가로 이 어질 수 있어 탄소중립이나 에너지 저감 등의 정책 목표 실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도로 용량 증가가 화석연료 중심의 자동 차 통행을 증가시키기 보다는 전기·수소 등 친환경 자동차나 대중교통의 이용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3. 도로 입체화의 법적 쟁점과 입법 동향

(고속)도로의 지하나 지상 구간을 도로 또는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도로의 입체화는 여러 지역에서 검토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법·제도적인 미비점이 존재하여 도로의 입체적 개발 과정이나 토지 이용에 있어서 논란이 있는 만큼 입체개발의 논의 과정에서 고려되어야 할 법적 쟁점과 개선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1) 지하도로 구간의 설계 및 안전 기준

지하도로의 건설이나 도로의 입체화에서 무엇보다 우선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도로 등 시설물이나 이용자의 안전에 관한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현재 지하도로의 설계는 일반적인 터널 설계기준이나 「도시지역 지하도로 설계지침」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지침은 시속 80km 이하의 도시부도로를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지하화된 경부고속도 로나 대심도 고속도로의 설계·건설 등을 위한 법적 근거나 지침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진행되 는 『지하 고속도로 기본조사 및 사업모델 연구』 (2018.8.∼2021.12.) 등의 연구에서 지하 고속도로의 설계기준이 검토되고 있다. 이러한 학술 연구를 통해 설계기준을 확립함은 물론이고, 설계의 중 요 원칙이나 법적 강제성이 필요한 주요 기준 등은 제도화하여 기준의 준수를 규정하거나 현행 도로 시설기준인 「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국토교통부령 제706호)에 추가하는 등의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그리고 설계 상의 기준 외에도 건설·관리 중 소 음·진동 등 일상적 생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대한 별도 기준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2) 지하도로 공간의 보상 및 협의 절차 관련

일반적으로 도로와 같은 공용시설물의 설치를 위 해서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토지보상법」’이라 함)등의 법률 을 바탕으로 해당 토지를 확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경부고속도로의 지하화 사업이 국유지인 고속 도로의 지하부만 이용하는 경우, 해당 토지의 매매 나 수용 등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 나 도로 지하화가 개인의 사유지 지하를 통과하는 경우, 이 지하공간의 공용사용(公用使用)을 위해서 는 해당 토지 소유자와 보상 및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만, 지하도로는 토지의 일정 깊이 아래의 부분적 공간만 사용하므로 토지 전체를 매수하기 보다는 해당 공간에 대한 구분지상권을 설정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철도 건설 시 노선이 사유지 지하를 통과하는 경우, 사유지의 지하 사용을 위한 보상을 위해 「철도의 건설 및 철도시설 유지관리에 관한 법률」 제12조의이 마련되고, 2014년 3월 「철도 건설을 위한 지하부분 토지사용 보상기준」(국토교통부고시 제2017-161호)이 마련되어 보상 관련 업무의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도로에는 이러한 법적 근거나 구체적 보상기준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4월, 「도로건설을 위한 지하 부분 토지사용 보상기준안」이 마련되어 행정예고된 바 있으나, 통과되지 못하여 아직 지하도로에 대한 보상 및 협의 절차가 원활하 지 못한 상황이다.

한편, 2020년 9월 발의된 「교통시설의 대심도 지하 건설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이헌승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03987)은 한계심도(지하 40m) 보다 더 깊은 대심도 지하공간에 도로나 철도 등을 건설할 때는, 「토지보상법」의 적용을 배제하여 보상하지 않고 건설할 수 있게 하고(안 제8조제2 항), 현행 「도로법」, 「도시철도법」 등에도 불구하고 구분지상권을 설정하지 않을 수 있게 하는(안 제8 조제3항)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개인의 재산권 보장과 정당한 보상 등의 원칙을 고려하여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즉, 도로 지하부가 사유지를 지날 때 토지 소유자 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면서 원활하고 효율적인 인프라 건설이 진행될 수 있도록 법·제도적 정비의 필요성이 있다.

4. 나가며

국토의 활용에 있어서 어느 정도 개발이 이루어진 도시에 인프라를 추가하기 위해서는 지하나 공중 공간의 활용 필요성이 높아진다. 경부고속도로 및 경부간선도로의 지하도로 사업은 이러한 도로나 토지의 입체적 활용이 본격화되는 시발점일 수 있으므로, 이 도로의 교통 관련 영향 분석 외에도 국토 의 입체적·효율적 활용을 위한 사회적 논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본문의 쟁점 외에도 지하도로 내 운전 자 준수사항, 교통사고의 대응 및 처리, 환기 방법 및 환기시설 설치 기준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폭넓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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